“교차 지원은 꿈도 못 꾸게 생겼어요.”
16일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치른 인문계 고모(18)군은 난감해 했다. 지방 중위권 대학 입학을 목표로 하고 있는 그는 “지난해는 수리영역에서 인문계가 많이 응시하는 수리 ‘나’형의 표준점수가 자연계가 많이 보는 수리 ‘가’형 표준점수보다 훨씬 높아 자연계로 지원하는 인문계 학생들이 매우 유리했다”며 “올해는 혜택을 못 보게 생겼다”고 아쉬워했다.
현재 10여개 상위권 대학을 제외한 대부분 대학에서 인문계 학생이 자연계, 자연계 학생이 인문계에 지원하는 교차지원을 허용하고 있다.
지난해 수능에서는 수리 ‘나’형 표준점수 최고점이 152점, ‘가’형 표준점수 최고점이 146점으로 표준점수 차가 컸다. 당연히 자연계에 지원한 인문계 학생들이 자연계 지원자들을 제치고 대거 합격했다. 대학들은 자연계 학생들에게 가산점을 줬지만 인문계 학생들의 표준점수가 워낙 높아 소용없었다.
올해 수능은 달랐다. 종로학원 이송희 평가부장은 “수리 ‘나’형은 지난해보다 쉬웠고 ‘가’형은 어려웠다”며 “자연계 학생들이 손해봤다는 지적 때문에 출제자들이 난이도 조절에 신경을 쓴 것 같다”고 말했다. 같은 원점수일 경우 문제가 어렵게 출제되면 상대평가인 표준점수에서는 더 높은 점수를 얻게 되고, 문제가 쉬우면 표준점수가 떨어진다. 이 때문에 수리 ‘가’형이 어렵고 ‘나’형이 쉽다는 것은 둘 사이의 점수 최고점이 차이가 줄어든다는 것을 의미한다.
인문계열에 응시한 삼수생 이모(22)씨는 “완전히 새로운 입시제도가 도입되는 내년을 생각하면 올해 무조건 합격해야 된다”며 “교차지원이 어려워지면 그 만큼 부담도 커질 수밖에 없다”고 난감해 했다. 반면 자연계 박모(18)양은 “기존에 다루지 않던 ‘변곡점’ 관련 문제가 나와 당황했지만 인문계 수리가 쉬워져 표준점수 차는 줄어들 것 같다”며 안심하는 눈치였다.
1교시 언어영역에 대한 반응은 다소 엇갈렸다. 일부 입시 전문기관은 “작년보다 다소 어려웠다”는 평가를 내놓기도 했지만 대다수 학생들은 “쉬웠다”는 분위기였다. 서울 동성고 조모(18)군은 “꼬는 문제가 별로 없었고 지문도 길지 않아 지난해와 큰 차이가 없었다”며 “13, 14번 문법 문제 정도에 좀 애를 먹었다”고 말했다.
외국어 영역은 평이했다는 데 이견이 없었다. 재수생 채모(19)씨는 “토익(TOEIC)에 자주 등장하는 형식의 문법 문제가 나와 생소했지만 어휘, 독해는 쉬운 편이었다”며 “지난해보다 평균 점수가 많이 오를 것 같다”고 예상했다.
사회탐구와 과학탐구 영역의 경우 일부 선택과목에 대해서는 어렵다는 반응이었다. 서울고 서모(18)군은 “반사와 간섭의 원리를 동시에 이해해야 하는 문제처럼 고난도의 개념 통합문제가 많이 출제됐다”며 “지난해와는 완전히 다른 수준”이라고 말했다.
입시전문가들은 “교육과정평가원이 오랜만에 난이도 조절에 성공했다”고 입을 모았다. 대성학원 이영덕 평가이사는 “언어영역의 난이도 조절에 실패한 지난해와 달리 ‘이렇게 무난할 수도 있을까’ 싶을 정도로 2007 수능은 문제의 질이 좋아졌다”고 평가했다.
박상준기자 buttonpr@hk.co.kr김이삭기자 hir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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