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문화예술은 아직도 민족주의가 지배적입니다. 이제 자유로운 예술 환경을 만들기 위해 자유민주주의 성향의 예술단체가 필요한 때입니다.”
소설가 복거일(60)씨가 자유민주주의와 중도 보수를 근간으로 하는 새 문화예술인 단체 ‘문화미래포럼’의 대표를 맡았다. 21일 오전 10시30분 서울 중구 정동 세실레스토랑에서 창립대회를 갖고 공식 출범하는 이 모임에는 문학, 국악, 양악, 미술, 무용, 연극, 영화, 문화일반 등 8개 분야에서 70여 명이 참여한다.
문학평론가인 정과리 연세대 교수, 홍정선 인하대 교수, 이동하 서울시립대 교수와 소설가 최 학씨, 전 중앙일보 논설고문이자 시인인 강위석씨, 연극계 원로인 장민호씨와 백성희씨, 극작가 신봉승씨, 정진수 성균관대 연기예술학과 교수, 국악인 조운조 이화여대 한국음악과 교수 등이 주요 참여 인사다.
모임은 문화예술 분야의 민족주의 편향을 바로잡고, 정부의 개입과 영향을 줄여야 한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
“우리 문화예술은 민족을 앞세우는 데 반해 개인에 대한 성찰은 부족합니다. 문화예술인 단체도 민족예술인총연합(민예총)이나 민족문학작가회의 등 ‘민족’을 내세운 진보적 단체들 일색이고, 문화예산 배분을 통한 정부의 영향력도 굉장합니다. 그러다 보니 독자, 청중, 관객 등 문화 향수자들은 뒷전으로 밀려나고, 정부 입맛에 맞는 이류예술이 쏟아져 나오게 된 겁니다.”
그는 20년간 전업작가로 살면서 한 푼도 정부 지원을 받지 않았던 경험을 살려 회원들의 회비 갹출과 독지가들의 지원만으로 모임을 꾸려갈 계획이다. 다양한 문화예술 관련 심포지엄 개최와 현안에 대한 성명서 발표 등을 주요활동으로 설정했지만, 정치활동에는 일절 개입하지 않을 방침이다.
“우리 모임은 뉴라이트 운동과는 전혀 관계가 없습니다. 그분들은 정치에 직접 몸을 담고 있는 분들이지만, 저희는 보신을 위해서라도 정치 활동에는 가담하지 않을 겁니다. 맷집이 크지 않기 때문에 몰매 맞을 자신이 없어요.(웃음)”
일평생 자유주의자로 살아온 그는 “난생 처음 모임의 대표 자리를 맡아 안식구한테 안 하던 짓 한다고 꾸중을 듣고 있다”면서도 “앞으로 조직의 규모와 응집력을 확대해 문화예술계의 각종 현안을 분석하고 정책적 대안을 만들어 내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박선영 기자 aurevoi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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