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971개 시험장 앞은 예년과 마찬가지로 수험생의 합격을 기원하는 후배들의 뜨거운 응원전이 펼쳐졌다. 30∼50명씩 모인 각 학교 응원단은 저마다 ‘수능 왕대박’ ‘최강 00고’ 등의 구호를 외치고 북이나 꽹과리를 치면서 선배들의 기를 살렸다. 서울 경기고 정문 앞에서 응원에 나선 노모(18)군은 “좋은 자리를 맡기 위해 어제 오후 9시부터 꼬박 샜다”고 말했다.
쌀쌀한 날씨에도 불구하고 학부모들은 교문 앞에서 자리를 지키며 두 손 모아 기도했다. 학부모 함모(44ㆍ여)씨는 “잘해주지 못해 미안하고 안타까운 마음뿐”이라며 입실 후에도 1시간 동안 자리를 떠나지 못했다.
서울 여의도고 등에서는 기업들이 나서 수험생을 응원하며 홍보전을 펼쳤다. 이 가운데는 온라인 게임의 캐릭터와 동물 캐릭터로 분장한 ‘코스프레’가 눈길을 끌었다.
이날도 일부 수험생들이 경찰에 긴급 도움을 요청, 뒤늦게 수험표를 받은 뒤 아슬아슬하게 고사장에 입실하는 소동이 곳곳에서 빚어졌다. 고사장을 찾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다 경찰관의 도움으로 가까스로 고사장에 도착하는 경우도 있었다. 경찰은 순찰차 등 6,013대를 이용해 수험생 수송을 지원했다. 부산에서는 중국집 배달원 10여명이 수험생들을 오토바이로 쉴새 없이 태워줘 학부모들로부터 많은 박수를 받기도 했다. 올해도 광주ㆍ전남 3명 등 전국 곳곳에서는 휴대폰 등 전자기기를 갖고 있다 적발됐다.
장애인도 열정적으로 시험을 치렀다. 서울 경운학교에서는 지체장애 수험생 29명이 시험을 치렀다. 유모(19ㆍ뇌병변1급)군은 “차근차근 문제를 풀어 국문과나 사회복지학과에 꼭 진학하고 싶다”고 말했다. 서울 여의도중에서는 시각장애인 4, 5급 수험생 28명이 특수 모니터를 통해 시험지를 확대해 보면서 문제를 풀었다.
전북지역에서는 공황장애를 앓고 있는 한 학생이 속옷 차림으로 응시하기도 했다. 옷을 입으면 가려움증이 생긴다는 진단서를 제출, 전주 S고 1인 고사실에서 감독관이 동석한 가운데 시험을 치렀다. 경기 고양시에서는 임신 8개월인 주부 수험생 박모(36)씨가 도당동 자택에서 수험장까지 119 구급차를 이용해 이동했다.
고성호기자 sungho@hk.co.kr김광수기자 rolling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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