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당 창당 주역인 정동영 전 의장과 천정배 의원이 잇따라 참여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비판하고 있다. 물론 자성의 의미를 담고 있지만 두 사람 모두 여당을 이끌었던 대표적 인사였던 점을 감안하면 이 같은 비판은 일면 ‘자기 부정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천 의원은 16일 자신이 개최한 전문가 초청 부동산 정책 토론회에서 “천정부지로 치솟는 집값 때문에 서민들의 좌절과 허탈은 이미 한계를 넘어섰다”며 “중산층과 서민에게 내집 마련의 기회를 박탈한 것은 정부ㆍ 여당의 가장 뼈아픈 과오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일자리뿐만 아니라 주거에서도 확실한 능력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며 “근시안적 해결책 보다는 근본적으로 분양가를 인하할 수 있는 시스템과 실질적 서민 주거복지 확립 방안을 찾아내는 것이 우리가 해야 할 일”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정 전 의장도 15일 중앙대 초청 강연에서 “의도하지 않았지만 강남 집값 잡기는 강남 부자들에게 보조금을 준 결과가 됐다”며 “이는 참여정부의 정체성에 배치되는 것으로 깊이 있는 성찰이 모자랐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부터라도 정책의 초점을 바꿔야 한다”면서 ‘강남 집값 잡기’에 초점을 맞춰온 참여정부의 부동산 정책 방향을 겨냥했다. 그는 13일 “(부동산 정책과 관련) 잘못된 인사들이 있다면 마땅히 책임을 묻는 것이 필요하다”면서 부동산 정책 라인 문책론을 제기하기도 했다.
이같은 발언에는 일단 부동산 정책 실패에 대한 안타까움과 반성의 뜻과 함께 앞으로 부동산 정책 방향을 제대로 잡아야 한다는 다짐의 의미가 들어 있다. 하지만 두 사람이 여당의 핵심 포스트에 있었던 만큼 정부를 일방적으로 비판할 입장만은 아니라는 지적도 적지 않다. 정 전 의장이 당 의장을 맡고, 천 의원이 당 원내대표와 법무장관 등을 맡았을 때도 주요 부동산 정책들이 결정됐기 때문에 “그 때 어디에 있었느냐”는 얘기도 나오는 것이다. 역시 창당 주역인 신기남 전 의장이 “당도 참여정부만 비판할 게 아니라 공동 책임의식을 느끼고 국민에게 사죄해야 한다”고 말한 것은 이런 맥락에서 나온 것으로 풀이된다.
정 전 의장과 천 의원이 최근 공히 ‘창당 실패론’ 취지의 언급을 한 데 이어 청와대가 주도한 부동산 정책에 대해서도 쓴소리를 한 것은 노무현 대통령과의 차별화 시도로 볼 수도 있다.
정녹용 기자 ltre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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