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뇨 대란(大亂)이다. 우리나라를 비롯한 아시아 각 국의 당뇨병 인구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최근 연구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선 과거 30년 동안 당뇨병 유병률이 무려 5.1배나 급증했다. 서양에선 당뇨병 환자가 대부분 65세 이상인 반면 우리나라에선 젊은층의 당뇨환자가 크게 늘고 있는 점도 문제다.
또한 우리의 당뇨 환자들은 서양인보다 체형적으로 더 날씬함에도 불구 유병률이 미국과 유사하거나 높을 정도다. ‘소리 없는 살인자’ 로 불리는 당뇨, 인구 10명당 1명이 환자인 당뇨가 무서운 이유는 다름아닌 합병증이다. 세계 당뇨의 날(11월 14일)을 계기로 당뇨병의 이모저모를 알아본다.
혈당측정으로 조기발견이 최우선
당뇨의 대표적인 증상은 예나 지금이나 ‘다음(多飮), 다뇨(多尿), 다식(多食)’이다. 하지만 아쉽게도 이러한 증상을 알아챌 땐 이미 당뇨가 꽤 진전된 다음이다. 당뇨는 초기 자각 증상이 거의 없어 발병 후 몇 년이 지나서야 알게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당뇨를 일찌감치 확인하는 가장 간단한 방법은 혈당 측정이다. 아침 공복 상태에서 수치가 100㎎/㎗ 이하이면 정상이고 2회 넘게 126㎎/㎗ 이상이 나오면 당뇨병으로 진단한다. 보통 혈당검사 결과 100~125㎎/㎗의 수치가 나온다면 당뇨 발병 직전인 공복 혈당장애(IGT)라고 볼 수 있어 이때부터 관리에 들어 가면 당뇨발병에 브레이크를 걸 수 있다.
한강성심병원 유형준 교수는 “공복 혈당장애는 향후 당뇨병으로 발전할 위험이 큰 일명 ‘숨은 당뇨’ ” 라며 “이 시기에 발견된다면 전문의를 통한 적극적인 치료와 관리를 통해 당뇨로의 진전을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전문의들은 당뇨의 위험조건이 자신에게 얼마나 있는지를 확인해 미리 식습관과 운동량을 조절하는 게 어느날 갑자기 닥치는 ‘소리 없는 살인자’로부터 자신을 지키는 최선의 방법이라고 입을 모은다. 전문의들이 꼽는 당뇨위험 조건으로는 ▦ 45세 이상 ▦ 표준체중의 120%를 넘기는 비만 ▦직계가족 중에 당뇨환자가 있는 경우 ▦4㎏ 이상의 아기를 낳은 경험이 있는 경우 ▦ 고혈압 환자 등이다.
합병증 예방이 최대 관건
어느 날 자고 일어나 보니 이가 쑥 빠져 있고 어느 순간 앞이 보이지 않게 되며 작은 상처가 치명적인 결과를 가져오는 합병증은 당뇨인들의 경계 대상 1호다. 최근 ‘한국바이엘헬스케어’가 당뇨환자 201명의 설문 조사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이들 중 41.3%인 83명이 합병증에 시달리고 있었다. 합병증 환자 가운데 절반 가까운 39명이 당뇨 진단 후 5년 이내, 19명이 5~10년, 25명이 10년 이후 합병증이 발생했다고 답했다.
당뇨 합병증으로 가장 흔한 것은 눈의 망막 이상이다. 그 다음으로 신경계 이상, 혈압 이상, 심장질환, 관절, 성기능 장애가 뒤를 잇는다. 최근에는 치아부실도 심각한 합병증으로 꼽힌다. 특히 치아부실은 식이요법과 혈당조절의 어려움을 수반, 또 다른 합병증을 부르게 돼 있어 당뇨인들 사이에서 더욱 두려운 존재로 떠오르고 있다.
당뇨환자는 일반인에 비해 침 속의 당(糖) 농도가 높아 프라그가 많이 생겨 충치나 치주질환의 발생률이 3배나 높다. 한 당뇨치아 전문 병원의 조사에 따르면 환자 43명이 57세 이전에 잃은 치아의 수가 평균 7.6개에 달할 정도다. 이는 많은 당뇨인들이 혈당조절 실패로 치과치료를 제 때에 받지 못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강남 이롬치과 안홍헌 원장은 “잇몸 등에 염증이 생기면 당뇨환자의 경우 입 속 세균이 혈관을 타고 몸 속에 침투, 다른 부위의 감염을 일으킬 수 있다” 며 “당뇨환자는 입안이 건조한 만큼 입 냄새도 심해지므로 물로 자주 입을 헹구고 칫솔질만으로 없애기 힘든 치태와 치석 제거를 위해 6개월에 한 번 씩 치과를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당뇨환자 치아관리 10계명]
-하루 2번 치실을 사용한다.
-입 안이 건조할 땐 물로 자주 헹구어준다.
-칫솔질 할 땐 혓바닥까지 꼼꼼하게 닦는다.
-뚜렷한 자각 증상이 없어도 3~6개월에 한 번은 꼭 치과검진을 받는다.
-치아가 빠지면 이른 시일 안에 치아를 복원한다.
-스트레스를 줄이고 술과 담배를 끊는다.
-저혈당 방지를 위해 치과치료 당일 아침식사를 꼭 한다.
-치과치료 시간은 생체 활성이 양호하고 몸 상태가 좋은 오전 시간을 택한다.
-당뇨 약 복용 후 1시간 정도 지난 뒤 진료를 받는다.
-가능한 충격과 스트레스를 줄일 수 있도록 진료시간, 통증, 마취, 출혈을 최소화 한다.
도움말ㆍ대한당뇨병학회 양홍주기자 yangh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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