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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론] 줄기세포 논란, 그 후 1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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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론] 줄기세포 논란, 그 후 1년

입력
2006.11.16 2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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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이맘때 즈음엔 줄기세포 연구에서의 난자 채취 과정의 문제로부터 불거진 연구윤리의 문제가 북핵 사태만큼이나 큰 파장으로 전국민의 관심을 집중시키고 있었다.

서울대의 자체조사와 연이은 검찰의 조사결과, 많은 국민들의 기대와는 달리 사이언스지에 실린 논문을 비롯한 대다수의 연구가 위조 또는 변조되었음이 밝혀졌으며 이 사건을 계기로 우리나라에서도 연구에서의 부정행위가 미치는 악영향에 대한 심각성과 함께 연구윤리의 중요성이 새삼 강조되게 되었다.

이에 따라 당사자인 연구자들과 연구기관들은 물론, 정부 각 부처도 연구자들에 대한 연구윤리의 교육, 연구비 관리제도와 실험실 문화 개선, 부정행위에 대한 대응 절차 등 다양한 정책을 마련하여 시행 중이거나 준비 중에 있다.

● 국민에게 잊혀진 연구윤리 문제

미국 독일 영국 일본 등 선진 각국에서도 줄기세포 연구논란만큼이나 커다란 부정행위 스캔들이 국가 전체에 연구윤리의 중요성을 일깨웠으며, 결국 더욱 앞선 연구윤리체계를 확립하는데 도움을 주었다.

미국은 1980년대부터 점차 증가하는 연구부정행위에 대한 국가적 대처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보건연구에 관한 새로운 법률과 연구진실성국 등 관련 조직을 마련하여 오늘에 이르고 있다.

독일과 영국 등 유럽의 국가들은 전통적으로 학문의 자율을 중요시하여 윤리의 문제는 학계 내부에서 책임지고 다루어야 한다는 인식이 강하였으나 1990년대 후반 대형 연구부정행위 스캔들이 일어나면서 부정행위 증가에 대한 진지한 고찰과 함께 체계적 대응책을 마련하게 된다. 일본 역시 우리와 비슷한 시기에 도쿄대 등 유수 연구기관에서 잇따른 논문 조작 사건이 발생하면서 국가적 차원의 대응 체계를 마련 중에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도 연구윤리 문제에 관한 국제적 공동 대처의 필요성을 인식하여 지난 7월 헬싱키에서 열린 국제과학포럼의 중요 의제 중 하나로 채택하여 범세계적인 대책을 고민하고 있다.

지난 경험들은 우리에게 연구자라고해서 특별히 높은 도덕성을 지닌 별난 존재들이 아니며 연구윤리의 문제에 있어서도 연구자의 자발적 헌신에 기대하기보다는 교육과 예방, 그리고 규제 행위를 통해 진실성을 책임질 수 있는 연구 수행을 유도하는 체계를 갖추는 것이 무엇보다 필요하다는 것을 일깨우고 있다.

작년의 뜨거웠던 열기를 생각하면 지금은 연구윤리의 문제가 일부 관계자들의 관심사일 뿐 일반 국민에게는 거의 잊혀진 듯 하다. 그러나 대중의 연구부정행위에 대한 현재의 무관심은 어찌 보면 오히려 바람직한 것이라도 하겠다.

미국이나 독일 영국 일본이 그랬듯이 학문의 토양은 한두 개인의 일탈행위에 의해 전체의 도덕성과 진실성이 의심받을 만큼 허약하지 않다. 앞만 보고 달리던 과정에서 잊고 있었던 '시스템'의 중요성을 늦게나마 깨닫고 대처에 나설 수 있었던 것은 줄기세포 연구논란이 우리에게 준 중요한 교훈이다.

● 과학계 자체검증시스템 구축해야

아이러니하게도 연구부정행위가 발생하는 나라들은 부패한 후진국이 아니라 학문의 최일선에 선 선진국이다. 이들의 경험이 주는 교훈은 부정행위가 발생했을 때 당장의 야단법석보다는 그 원인에 대한 진지한 고찰과 함께 얼마나 침착한 대응을 하느냐에 따라 한단계 성숙한 연구 문화의 구축에 도움이 될 수도 있다는 점이다.

얼마 전 교육부총리 인준 과정에서의 혼란이나 교수 사회의 표절, 대필 사건이 불거질 때마다 이는 논란도 신뢰할 만한 대응 시스템이 갖추어져 있지 못했기 때문에 발생한 문제라 할 수 있다. 지난 일년 동안 과학기술계는 자체검증시스템 구축을 준비해 왔다.

하나의 시스템이 구축되어 자리를 잡고 그것으로부터 성숙한 문화를 이끌어내기까지는 시간과 함께 모든 구성원의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하며 그것이 줄기세포 논란으로부터 일년이 지난 지금의 과제라 하겠다.

박기범 과학기술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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