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키스탄 하원이 15일 성폭행 피해 여성을 보호하고 성범죄 피의자에 대한 처벌을 경감하는 등 27년간 성범죄를 다스려온 이슬람 원리주의적 강간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엄격한 이슬람법 아래서 억눌렸던 파키스탄 여성들의 인권신장에 전기가 될 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파키스탄 하원은 강간 사건을 이슬람 법정인 샤리아 법원이 아니라 일반 법원이 형법을 적용해 다룰 수 있도록 하는 ‘여성보호법’을 통과시켰다. 개정법은 상원을 거쳐야 하지만, 1979년 제정된 ‘후두드법’이라는 이슬람법과 비교하면 강간 피해 여성에 대한 재판은 180도 바뀌게 된다. 후두드법은 강간사건의 경우 피해 여성이 남자 증인 4명을 내세우지 못하면 오히려 간통으로 처벌받도록 돼 있어, 인권단체들이 전면 폐지를 요구해왔다.
페르베즈 무샤라프 대통령은 하원에서 법안이 통과된 뒤 “2000년 정권 출범 이후 여성 인권신장을 위해 정부가 지속해온 노력의 일환”이라고 환영하며 상원에 조속한 통과를 촉구했다.
개정법안은 또 16세 미만 소녀와의 성행위를 불법인‘미성년자 강간’으로 규정했다. 현행법에서는 사형과 태형에 처해질 수 있는 간통에 대해서는 처벌 수위를 최고 5년 징역이나 벌금 1만루피(약15만5,000원)로 낮췄다.
여성보호법을 두고 파키스탄 사회는 둘로 갈라졌다. 파키스탄의 대표적 여성인권 운동가 히나 질라니는 “정부가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는 있지만 우리는 79년 제정된 강간법의 전면 폐지를 바라고 있다”며 더욱 진보적인 변화를 요구했다. 이슬람 원리주의자들은 여성보호법이 코란과 이슬람 율법의 뿌리를 흔들고 프리섹스를 조장할 것이라며 항의 시위를 벌이는 등 반발하고 있다. 이슬람 정당들은 하원 표결을 보이콧한데 이어 상원 통과도 저지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문향란 기자 iami@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