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북한의 인권 개선을 촉구하는 유엔결의안 표결에서 찬성 쪽으로 입장을 선회한 것은 잘한 일이다. 남북관계 개선과 한반도 안정을 우선시해야 하는 정부로서는 고충이 많겠지만 인류 보편적 가치인 인권에 대한 국제사회의 인식을 감안할 때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본다.
지난해 유엔총회 표결을 비롯해 수 차례의 대북인권 결의안 표결에서 정부가 불참 또는 기권을 한 데에는 나름대로 이유가 있었다. 공개적 압력보다 남북관계 개선과 개혁개방 유도를 통해 스스로 인권의식에 눈을 뜨게 하면서 경협과 대북 식량 지원 등으로 가장 기본적 인권인 주민의 생존권을 향상시키자는 것이었다.
그 접근은 타당했다고 본다. 그러나 북한 정권은 인권 개선에 관심이 없었고 미사일과 핵무기 개발에 치중함으로써 주민의 기본적 생활여건이 더 열악해졌다.
이런 상황에서 국제사회의 따가운 시선을 무시하고 소극적으로 대처하기는 어렵게 되었다. 더욱이 인류사회의 인권 향상에 앞장서야 할 유엔의 차기 수장을 배출한 나라로서 이 문제를 외면할 수 없게 됐다. 남북 간의 특수한 사정을 이유로 종전 입장을 고수한다면 국제사회로부터 고립을 면치 못할 것이다.
물론 북한의 격렬한 반발이 예상된다. 상대방의 체제를 인정ㆍ존중하고 내부문제에 간섭하지 않는다는 남북 기본합의서의 조항 등을 들어 남한의 대북인권결의안 찬성을 문제삼고 나오면 미사일 발사와 핵실험 이후 경색된 남북관계가 더욱 어려워질 수 있다. 6자회담 재개 분위기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우려도 된다.
그러나 일시적으로 남북관계가 뒷걸음질치더라도 이를 극복하고 나가야 한다. 인권문제에 대한 국제사회의 높은 관심을 북한에 설명하고 스스로 인권에 대한 인식을 높여가도록 유도하는 방안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
과거 서독이 국제기구 등 다자무대에서는 동독의 인권문제를 적극 제기하면서도 직접 동독정부를 상대할 때는 공개적 압력을 피하고 조용한 방법으로 실질적 인권개선을 꾀했던 사례는 참고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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