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이 16일 4개 건설업체에 대해 전격 세무조사에 착수했다. 정부가 11ㆍ15 부동산 대책에서 아파트 분양가를 떨어뜨리겠다고 공언한 데다 경기 파주 신도시에서 고(高)분양가 논란을 빚었던 한라건설이 대상 업체에 포함됐다는 점에서 정부가 분양가 인하를
유도하기 위해 강수를 동원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국세청은 조사대상 업체를 확대할 수 있다며 확전까지 시사했다.
국세청의 한 고위 관계자는 이날 “벽산건설 등 탈세의 가능성이 있는 4곳의 건설 시공사와 시행사에 대한 세무조사에 착수했다”며 “다른 업체들에 대한 조사 확대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고 밝혔다.
이에 따라 서울지방국세청은 서울 송파구 신천동 한라건설 본사에 직원들을 보내 회계장부 등을 압수한데 이어 여의도 벽산건설 본사에서도 회계장부 등 관련 서류 등을 압수했다. 국세청은 이들 건설사가 토지 매입가 등 원가를 부풀리는 수법으로 이익을 작게 신고했는지 여부 등을 집중 조사중이다.
건설업계에 따르면 한라건설은 9월 파주 신도시에서 아파트 분양가를 주변 시세인 평당 800만~900만원보다 훨씬 비싼 평당 1,257만∼1,499만원으로 책정해 서울 및 수도권 아파트 값 급등세를 촉발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벽산건설은 2003년 정기세무조사를 받은 이후 3년 만에 이례적으로 정기조사가 아닌 심층세무조사를 또 받게 돼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건설업계는 이번 조사가 단순한 세무조사가 아니라 분양가를 끌어내리기 위한 강한 압박으로 풀이하고 있다. 권오규 경제부총리도 15일 부동산 대책을 발표하며 “고분양가를 통해 기업이 정상수준 이상의 수익을 챙기는 부분에 대한 대응전략을 강구 중에 있다”고 건설사들을 대상으로 한 세무조사 가능성을 시사했다.
한편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의 아파트값 거품빼기 운동본부는 이날 경기 용인 동백과 죽전, 신봉, 고양 풍동지구 등 2000년 이후 수도권에 조성된 23개 공공택지 개발지구에서 총 111개 공동주택지를 공급 받은 건설업자들의 신고내용에 대한 자체 조사 결과를 국세청에 제출하고 세무조사를 공식 요청키로 했다.
이와 함께 분양 승인권자인 지방자치단체들이 분양가를 낮추기 위해 분양승인을 지연시키는 사례도 속출하고 있다. 경기 시흥시 능곡 택지지구에서 동시분양을 추진중인 신안종합건설, 신일, 엘드, 우남건설, C&우방 등 5개 업체는 10일 모델하우스를 열었지만 아직 청약접수 일정을 잡지 못하고 있다. 시흥시청이 고분양가를 이유로 분양승인을 해주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장학만기자 loca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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