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은행 헐값매각 의혹의 미국쪽 당사자인 론스타 경영진에 대해 법원이 마침내 체포영장을 발부했다. 이들의 혐의는 거짓된 외환카드 감자설을 유포해 주가를 떨어뜨림으로써 외환은행이 합병하는 것을 도와 외환카드 소액주주에게 큰 손해를 입힌 것이다.
이런 혐의는 외환은행 인수와 직접 관련 없지만, 검찰이 이들의 신병을 확보한다면 외환은행 매각의혹 규명에 결정적 계기가 될 수 있다. 따라서 2차례 영장을 기각한 법원과의 갈등을 무릅쓴 끝에 뜻을 이룬 검찰의 의지를 평가할 만하다.
그러나 영장 발부가 사법체계의 근간을 위협한 법원과의 갈등에 값하는 결실로 이어질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법원이 그간 영장발부를 거부한 주된 이유는 검찰이 론스타 본사 경영진에 대해 범죄인 인도청구 절차를 밟을 계획조차 명시하지 않은 때문이다.
미국의 사법관할권에 있는 론스타 경영진의 신병확보 의지가 모호한 상태에서 체포영장을 발부하는 것은 법원과 사법절차의 대외적 권위와 신뢰를 막연한 명분에 내맡기는 것이다. 따라서 법원이 엄격한 기준을 앞세운 것에 검찰이 거칠게 반발한 것은 옳지 않다.
검찰이 뒤늦게나마 법원이 제시한 요건을 충족시켜 체포영장을 받은 것은 국제적으로 주목 받는 수사의 절차적 정당성을 높였다. 그러나 법무부를 통해 미국 사법당국을 설득, 론스타 경영진의 신병을 넘겨받아 관련혐의를 입증해야 할 책임과 부담은 한층 커졌다.
범죄인 인도의 선례에 비춰 실제 신병 확보 가능성은 낮은 데다 그마저 몇 년 지나야 판가름 난다. 검찰이 법원에 자세를 낮춰 수사 명분은 얻었지만 의혹 규명은 여전히 험난할 것이다.
검찰의 강경한 수사 의지를 론스타의 외환은행 재매각과 '먹튀'를 견제, 국부유출을 줄이려는 애국적 충정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그러나 앞서 당부했듯이 그럴수록 우리 사법절차에 대한 국제적 신인(信認)을 사려 깊게 헤아려야 한다. 론스타 코리아 대표 등의 구속영장 기각에 다시 반발하기보다 이들의 혐의를 입증하는 데 최선을 다하는 것이 올바른 자세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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