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신희섭 박사와 이화여대 이서구 교수를 '국가과학자 1호'로 선정했다. 이들은 각각 연 15억 원의 연구비를 최장 6년 간 지원받는다. 이런 연구비 지원이 두 사람의 연구를 북돋우고, 해당 분야의 연구기반 조성에 이바지하리란 점에서 아낌없는 축하의 박수를 보낸다.
연구벌레로 유명한 두 사람은 자기 분야에서 세계적 권위를 획득하고도 대중적 명성과는 어느 정도 거리가 있다는 점이 무엇보다 우리를 안심시킨다.
지난해 '국가과학자'의 전신인 '최고과학자' 1호로 선정된 황우석 당시 서울대 교수가 불러일으킨 파문의 기억이 생생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번 지원을 계기로 두 사람이 과학계의 '정치'와 더욱 분명하게 선을 긋기를 주문한다.
한편으로 우리는 '국가과학자' 선정 제도의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그 명칭에 상당한 거부감을 느낀다. '황우석 파문'은 한국적 편향과 쏠림의 문화가 과학계에도 미칠 수 있음을 똑똑히 보여 주었다. 명예와 경제적 혜택 등 사회적 가치가 지나치게 집중될 때의 문제는 과학계라고 예외가 아니다.
'최고과학자'나 '국가과학자' 등의 거창한 이름은 자칫 이런 현상을 부추길 수 있다. 당사자들에게 알게 모르게 영향을 미치는 것은 물론, 국민적 과잉 기대를 자극한다. 따지고 보면 황우석 박사의 무리수도 국민적 기대에 쫓긴 상황과 무관하지 않았다.
공교롭게도 이번에 선정된 두 사람도 생명과학 분야의 연구자들이다. 줄기세포를 이용한 난치병 치료가 당장 실현될 듯한 헛된 기대가 부풀었던 것처럼 넉넉한 연구비 지원을 받는 두 사람이 금세 현실적 결과물을 내놓으리라는 기대를 품을 국민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황우석 사태의 교훈을 제대로 살린다면 이런 기대를 누그러뜨려야 한다. 생명과학 분야는 물론 전반적 과학 연구수준에서 우리는 아직 앞서가는 나라들로부터 배워야 할 것이 많다. 이번 '국가과학자' 선정도 그런 배움과 정진의 자세를 과학계 전반에 퍼뜨리는 데 기여할 때 진정한 의미를 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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