옆에서 지켜보면 대북사업 하는 분들이 안쓰러울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북한 관련 사건이 터질 때마다 그분들의 속은 시커멓게 타들어간다. 이번 핵실험도 예외는 아니다. 놀랍고도 안타까운 것은 국제사회의 대북제재의 불똥이 한국의 대북교역업체에까지 튀고 있다는 사실이다.
일본의 대북제재만 해도 그렇다. 북한의 핵실험 직후 일본은 북한산 물품은 아예 일본 땅에 들어올 수 없다며 칼을 뽑아들었다. 그런데 엉뚱하게도 신음소리는 한국의 무역업자들에게서 나오고 있다. 대체 어찌된 영문인가.
●북 수산물 중개무역업체들 도산 위기
문제가 된 것은 바지락조개 등 수산물이다. 한국의 중개무역업자들은 북측과 장기계약을 맺고 북한산 수산물을 반입, 일부는 일본에 수출하고 일부는 국내시장에 판매해 왔다. 1년에 바지락조개 몇십만톤 하는 식이다. 그리고 북측에 대해서는 이미 돈을 지불한 상태이다. 북한으로부터 수산물을 반입하려면 미리 선급금을 줘야 한다. 한국업체든 중국업체든 마찬가지다. 수산물 채취, 가공, 공급에 소요되는 비용을 북측이 스스로 조달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런데 일본의 전격적인 북한산 수입금지 조치로 한국의 중개무역업자들은 졸지에 판로를 상실했다. 더욱이 이미 장기반입계약을 맺은 상태이기 때문에 울며 겨자 먹기로 북한에서 물량은 예정대로 반입하지 않을 수 없다. 결국 국내에서 가격 폭락 사태가 발생하는 것은 당연하다. 업체들은 원가도 건지지 못하고 있다고 울상을 짓고 있다. 일부 기업은 도산 위기에까지 몰리고 있다고 한다.
또 하나는 금융제재의 여파이다. 그간 마카오의 방코델타아시아(BDA)를 시발로 북한과의 금융거래를 중단하는 은행들이 속출했다. 최근에는 중국 은행들도 본격적으로 가세했다. 거래 중단은 예고 없이 찾아오기 때문에 한국기업으로서는 그야말로 앉아서 당할 수밖에 없다.
종전에는 북측이 지정해 준 은행계좌를 통해 안정적으로 거래했다. 하지만 이제는 그 계좌가 막히면 새로운 계좌로 옮긴다. 새로운 계좌가 또 막히면 다시 다른 계좌로 옮겨야 한다. 피곤한 일이다.
은행이 막히면 현찰로 하면 된다. 하지만 한국기업으로서는 은행거래가 아닌 현찰을 통한 직접지불이 어렵다. 증빙할 자료가 없기 때문에 한국의 세무서가 이를 인정하지 않고, 따라서 회계처리가 불가능하다.
종전에는 사실상 북한의 기관 명의의 계좌로 거래했다. 이제는 대부분 개인 명의의 계좌로 바뀌었다. 예컨대 중국에 나와 있는 북한의 대외무역 담당자, 외교관 명의의 계좌이거나 중국 등 제3국의 대리인 명의의 계좌이다.
골치 아픈 것은 가끔 중개사고도 발생한다는 사실이다. 한국 기업은 송금을 했으나 북한측은 대금을 수취하지 못하는 사태가 그것이다. 여기에는 이른바 배달사고도 포함되어 있다.
●민간마저 흔들리면 공든탑은 무너져
한국기업들로서는 불편함은 둘째 치고 은행거래에 대해 불안감을 떨쳐버릴 수가 없다. 우려스러운 것은 실물제재이든 금융제재이든 아직 끝나지 않았고, 확대될 가능성조차 있다는 점이다.
업체들의 불안감은 정부에 대한 불만으로 이어지고 있다. 대책을 마련해 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더욱이 이들은 이미 핵실험 이전부터, 정부가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만 챙기고 자신들은 거들떠보지도 않는다고 볼멘 소리를 내고 있던 터다.
직접적인 지원은 어렵다고 해도 간접적으로 이들을 도울 수 있는 방안이 없는 것은 아니다. 보다 많은 관심과 노력이 필요하다. 이 시점에 민간마저 흔들린다면 그동안 힘들게 쌓아왔던 남북경협의 공든 탑은 하루아침에 무너질 것이다.
양문수ㆍ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