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백만 청와대 홍보수석이 사임하면서 ‘청와대 브리핑’에 글을 남겼다. 확실한 탈출구가 봉쇄된 듯한 부동산 문제의 핵심은 ‘정책 부실’보다 ‘정책 불신’이라는 논지다. 일말의 진실이 있지만 ‘정책 불신’이 하늘에서 떨어진 게 아니라는 점에서 고개를 끄덕이기 어렵다.
따지고 보면 그의 사임은 정책 부실이냐, 정책 불신이냐의 논란 때문이 아니다. 추병직 건설교통부 장관 등과 달리 소관 정책의 실패 탓도 아니다.
직접적 원인은 스스로의 언급처럼 ‘넘치는 의욕’이 속이 상해 있는 국민을 건드린 것이다. 따라서 그의 퇴진을 계기로 논의해야 할 것은 정책 실패의 책임이나 인과관계 해명이 아니라, 담당자들의 의욕 과잉을 부추기는 정부 홍보기구의 역할 설정문제다.
이른바 ‘제도권 언론’이 알아서 정권 홍보를 하던 권위주의 시대 이후 이 정권만큼 다양한 정책 홍보수단을 확보한 정권도 없다. 방송에 대한 사실적 지배력에 변함이 없고, 한때 대안언론으로 기대됐던 인터넷매체의 자발적 협조에다 일부 기존 매체의 공감도 얻었다.
또 경영부실로 많은 언론사의 조직력이 쇠퇴함에 따라 상대적 영향력이 커진 거대 통신사까지 장악하고도 모자라 국정홍보처에 언론기능까지 부여했다. 더욱이 ‘청와대 브리핑’이나 ‘국정 브리핑’은 그 속성상 치열한 ‘충성 경쟁’을 요구할 수밖에 없다. 이런 국가 예산과 인적 자원의 낭비만으로도 제대로 된 나라 꼴이 아니다.
언론이 곡률(曲率) 0의 평면거울인 적은 없었다. 그 허상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직접 비뚠 거울을 만들 게 아니라 그런 곡률까지 감안한 정책을 만드는 게 정부의 책무다.
무엇보다 국정 홍보는 정책 선전과 설명으로 끝나야 한다. 그 이상의 의욕을 갖는 한 어떤 청와대 홍보수석을 앉혀도 국민과의 인식의 격차를 좁힐 수 없다. 정부 홍보기구가 당장 언론에서 손을 떼기를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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