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뛰는 집값을 잡기 위해 양질의 주택을 싸게 많이 빨리 공급하겠다고 15일 발표했다. 신도시와 공공택지 지역에서 용적률을 높여 아파트를 많이 짓는 방법으로 해법을 찾았다. 결론부터 말한다면 단추를 크게 잘못 끼운 느낌이다.
이 대책은 공급확대론에 백기투항을 한 셈인데, 집값이 오른 원인과는 동떨어져 있다. 만일 집이 부족해서 집값이 오른다면 신도시 개발을 발표할 때마다 집값은 안정이 되어야 옳다. 그런데 결과는 정반대였다. 송파 개발 계획 발표와 더불어 집값은 올랐고 최근의 폭등도 파주 검단 신도시를 발표하면서 따라왔다.
공급부족이 집값 폭등의 주범이라는 분석은 부동산중개업체와 건설회사를 낀 대기업 연구기관, 건설업체 광고가 범람하는 신문들이 시작했다. 주택보급율이 105%가 넘었으니 공급부족은 절대 아니다.
●개발한다면 집값 올라
이렇게 반론하면 공급부족론자들은 다시 ‘좋은 집이 부족하다’고 나선다. 오르는 동네만 오르니 분명 수요가 넘치는 집이 있다. 그런데 수요가 넘치는 집이 좋은 집일까. 최근 2년 새 가격이 가장 급등한, 수요가 넘치는 집들은 주상복합건물들이다. 분양평수에 비해 실평수가 터무니없이 적고 환기나 채광이 아주 나쁜 집이다. 흙 냄새를 맡고 꽃이라도 기를 수 있는 마당이라고는 한 평도 없는 아파트가 단독주택보다 가격이 비싸다.
그러니 좋은 집이 부족한 것이 아니라 ‘집값이 오를만한 집이 부족하다’. 살기 위한 집이 아니라 투자처로서 좋은 집을 차지하려고 집값이 오른다. 신도시 개발을 발표할 때마다 집값이 덩달아 뛰는 것만 봐도 분명하다.
주택이 더 많이 공급된다는데도 집값이 뛰는 것은 20여년간 정부 단위의 개발정책만 따라가면 돈이 된다는 것을 보아온 사람들이 기회를 놓치려고 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전국의 부동자금이 개발지 주변으로 쏠리기 때문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집이 투자수단이 되어서 가격이 오르는 현상 자체를 부정할 수 없다. 그렇다고 정부의 정책이 집을 투자수단으로 만들게 부채질한다면 그건 큰 문제다. 정책은 집을 주거지로서 살만하게 만드는 데 최선을 다해야 한다.
집값이 뛴다고 하지만 모두 뛰는 것은 아니다. 개발될 곳을 따라서만 뛴다. 오래된 주택지 가격은 재개발이나 뉴타운 같은 개발 계획이 잡히지 않는 한 뛰지 않는다. 투자수단도 되지 않거니와 살기도 그만큼 불편하기 때문이다.
●아파트라는 주거양식 되돌아봐야
과거에 대한주택공사가 아파트 건설에 앞장 선 것은 그것이 가장 빨리 싼 값에 더 많은 주택을 공급할 수 있어서 였다. 요컨대 서민들을 위해서 였다.
그렇다면 정부는 이제 서민들이 사는 지역을 살기 좋게 하는 현재의 방식을 찾아야 한다. 오래되고 허름한 주택과 좁은 골목길로 이어져 낙후된 지역을 공원과 주민센터, 도서관 같은 공공시설과 차들이 드나들 수 있는 길을 가진 쾌적한 주택가로 바꿔주는 방안이 무엇인지 찾아보아야 한다.
지방자치단체의 권한으로 맡겼다거나 사유재산에 개입할 수 없다는 이유로 방치하기에는 매우 소중한 미래가 걸려있다. 생각만 바꾸면 대한주택공사가 지역개량모델을 만든다거나 주민들의 지역개선작업을 지원하는 방안이 나올 수 있다.
아파트가 늘어나는 것 자체의 문제도 있다. 처음 집을 사는 연령대인 35~39세 층은 2008년을 고비로 줄어들 것이라고 최근 통계청은 밝혔다. 그렇다면 주택수요도 감소추세에 들어가게 된다. 주택수요가 감소했을 때 개별적인 단독주택은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아파트같이 덩치가 큰 건물은 수요가 사라졌을 때 우범지대가 될 수 있다. 그 건물 자체가 공해가 된다.
아파트 자체가 한국인의 인성을 파괴하는 측면도 있다. 담합해서 가격을 올리는, 반사회적인 거짓말이 아무렇지도 않게 이뤄지는 한국사회의 문제점은 아파트라는 주거양식과 분명 무관하지 않다.
당장의 집값을 잡기보다는 미래에 대한 고민이 들어간 구상을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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