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부 유모(43)씨는 최근 큰 맘 먹고 A사의 김치냉장고를 장만했다가 낭패를 봤다. 배추 김치 90포기(2㎏기준)를 넣을 수 있다는 설명에 185ℓ 짜리 김치냉장고를 구입해 김장을 했는데, 실제로는 김치가 60포기도 들어가지 않았던 것.
유씨가 이를 문의하자 A사는 그제서야 “김치를 김치용기에 담지 말고 곧바로 김치냉장고에 넣어 가득 채우면 90포기 가까이 넣을 수 있을 것”이라는 황당한 해명을 늘어 놓았다. 유씨는 “김치를 김치용기에 넣지 않은 채 그대로 김치냉장고에 보관하는 사람이 어디 있느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김치냉장고를 살 때 주로 참조하는 김치냉장고의 표기용량이 실제 김치를 보관할 수 있는 용량과 최고 40%나 차이가 나는 것으로 조사됐다. 업계에선 이러한 사실을 제대로 설명하지 않고 있어 고객들의 피해가 빈발하고 있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김치냉장고의 표기 용량과, 실제로 김치를 저장할 수 있는 김치실 용량(김치통 저장량)은 큰 차이가 난다. 표기 용량이 201ℓ인 LG전자 김치냉장고(모델명 R-K205PP)의 경우 김치실 용량은 124.8ℓ로, 표기용량의 62%에 불과하다. 표기 용량이 210ℓ인 위니아만도의 김치냉장고(LS-217DR)도 김치실 용량은 134ℓ로, 실용적률이 64%에 그쳤다. 표기용량과 김치실 용량의 차이가 가장 적은 것으로 조사된 삼성전자의 180ℓ짜리 김치냉장고(HNR2E18AW)도 김치실 용량이 122ℓ로 68%수준이었다.
이처럼 표기 용량과 김치실 용량이 큰 차이를 내는 것은, 업체들이 광고하는 표기용량이 김치냉장고 안의 김치통을 모두 꺼내 김치냉장고를 텅 비운 뒤 그 안을 물로 가득채웠을 때의 용량을 의미하기 때문. 그러나 소비자는 김치를 김치통에 담아 보관하는 만큼 표기용량 아닌 김치통 저장량을 따져봐야 한다.
업체들은 표기 용량은 대부분 앞면에 크게 표시해 놓고 있지만, 김치통 실제 저장량은 뒷면에 깨알 같은 글씨로 표시해 소비자들이 찾아보기 힘들게 해놨다. 그나마 업체들이 표시 해 놓은 김치실 용량도 대부분 야채통이나 과일통을 포함하고 있다. 때문에 실제 김치통 저장량은 표기 용량 180ℓ 김치냉장고의 경우 90ℓ에도 못 미치는 경우마저 있다.
업계 관계자는 “무조건 대용량 제품을 선호하기 보단 김치냉장고의 사용 목적에 따라 김치실용량 또는 김치통 저장량을 반드시 확인한 뒤 구매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 현명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일근기자 ik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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