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이 마이크로소프트(MS)의 ‘윈도XP’와 같은 휴대폰 운용체제를 만들어 보급할 계획이어서 휴대폰 제조사들과 마찰을 빚고 있다.
1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SK텔레콤은 ▦무선인터넷을 작동할 수 있는 모바일 플랫폼 ▦휴대폰 화면에 나타나는 메뉴(UI) ▦각종 무선 콘텐츠 프로그램 등을 하나로 묶은 휴대폰용 통합 소프트웨어 ‘T팩’을 개발중이다.
SK텔레콤은 마무리 단계인 T팩 개발이 완료되면, 휴대폰 제조사와 협의해 내년부터 SK텔레콤 가입자용으로 출시되는 모든 휴대폰에 탑재해 보급할 계획이다. 미국 ‘힐리오’, 베트남 ‘S폰’ 등 해외 서비스에도 적용할 방침이다.
그러나 휴대폰 제조사들은 강력 반발하고 있다. 제조사별 휴대폰의 특색과 정체성이 없어지기 때문이다. 지금은 휴대폰을 켜면 삼성전자 애니콜, LG전자 싸이언 등 제조사별로 다양한 화면이 나타나지만, SK텔레콤의 T팩을 탑재하면 모두 동일한 화면이 나오게 된다. PC를 켜면 무조건 윈도화면이 뜨는 것과 같은 이치다. 한 제조업체 관계자는 “휴대폰 화면도 상표와 같은 효과를 갖는데 SK텔레콤의 조치는 이를 획일화하려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나 SK텔레콤은 이용자 편의성을 강조하고 있다. SK텔레콤 관계자는 “T팩은 윈도XP처럼 운용체제와 응용 소프트웨어를 얹어주는 개념”이라며 “동일 소프트웨어 적용으로 제조기간이 짧아지고 이용자들은 그만큼 편리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표준 무선인터넷 플랫폼인 ‘위피’가 묻히는 문제점도 있다. 정보통신부는 지난해부터 무선인터넷 접속이 가능한 국내 출시 휴대폰은 무조건 위피를 탑재하도록 의무화했다. 그러나 T팩을 탑재하면 위피 없이도 무선인터넷 접속이 가능해진다. SK텔레콤 관계자는 “T팩안에 위피가 포함되어 있어 위피를 따로 탑재할 필요가 없다”고 설명했다. 다시 말해, SK텔레콤(T팩)이 국가 표준(위피)을 삼키는 셈이다.
휴대폰 제조사들은 T팩 설치가 노키아 등 외국 휴대폰 제조사들의 국내 진출을 도와주게 될 것이라 지적한다. 외국 업체들의 국내진출에 가장 큰 걸림돌은 무선인터넷 플랫폼인 위피인데, T팩을 탑재하면 위피를 설치할 필요가 없어 SK텔레콤용 고속하향패킷접속(HSDPA) 휴대폰 공급을 추진중인 노키아도 국내 진출이 그만큼 쉬워진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T팩을 설치하면 그만큼 국내 휴대폰 제조사들은 어려운 상황을 맞게 되고 SK텔레콤의 영향력은 PC분야의 MS처럼 더욱 커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하지만 휴대폰 제조업체들의 반발에도 불구, 힘의 저울추는 이미 SK텔레콤 쪽으로 기울고 있다. 모토로라는 내년 1분기중 T팩 탑재 휴대폰을 국내에 내놓을 계획이며, 삼성전자도 T팩 탑재를 결정한 상태다. 협상력이 떨어지는 LG전자, 팬택계열도 결국은 따라가게 될 전망이다.
최연진 기자 wolfpac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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