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굳이 현장에 나가지 않아도 되는 위치임에도 누구보다 먼저 출동했습니다.”
14일 밤 발생한 부산 금정구 서동 주택가 가스폭발 사고로 숨진 부산금정소방서 서동소방파출소 부소장 고 서병길(57) 소방장의 빈소가 마련된 부산 금정구 침례병원은 당당했던 한 소방공무원을 잃은 슬픔에 잠겼다.
서 소방장은 이날 오후 7시52분께 정책이주민촌인 부산 금정구 서2동 다세대 주택 밀집지역에서 가스폭발 사고 직후 구조활동을 펴다 주민 김모(57)씨 등 2명을 구해 낸 뒤 무너진 건물에 깔려 변을 당했다. 건물 입구쪽에 있던 다른 소방대원들은 급히 대피했으나 서 소방장은 안쪽에 진입해 수색을 하던 중이라 미처 피하지 못했다. 서 소방장은 12월 31일 정년 퇴임을 앞두고 이 달 말부터 1개월간의 공로휴가에 들어갈 예정이었다.
10개월간 같은 파출소에서 근무했던 정재환(57) 소방장은 “서 소방장은 정년을 바로 앞두고 있어 현장근무를 피할 수도 있었지만 마지막까지 현장출동을 자원했다”며 눈물을 떨궜다.
다른 동료 소방관들은 “소방관 생활 대부분을 일선 소방파출소에서 보내면서 부산 서면 대아호텔, 토성상가 화재 등 주요 현장마다 항상 앞에 서서 몸을 아끼지 않고 인명구조에 앞장섰던 분이었다”며 안타까워 했다.
부인 황천임(59)씨와 아들(28ㆍ교사)ㆍ딸(32ㆍ간호사)은 갑작스럽게 닥친 충격에 망연자실한 채 눈물만 흘렸다. 유족들은 “1남 1녀를 번듯하게 키운 후 부부가 행복한 노후를 보낼 일만 남았었는데…”라며 슬픔을 감추지 못했다.
부산 가야고를 졸업하고 1973년 소방공무원으로 입문한 고인은 1980년 7월 정든 직장을 떠났다가 90년 소방사로 특채됐다. 1만9,500여회나 화재현장에 출동, 1,050명의 인명을 구조하거나 대피시켰다. 부산시와 부산시소방본부는 소방위로 1계급 승진시키고, 옥조근정훈장 추서를 건의했다. 장례식은 17일 오전 10시 부산 금정소방서장장으로 치러질 예정이다.
부산 금정경찰서는 15일 고인이 현장에서 구조한 건물 세입자 김모씨로부터 “가스통을 집안으로 들고 와 가스밸브를 열고 라이터 불을 켰다”는 자백을 받아냈다. 경찰 조사결과, 김씨는 이혼후 혼자 살면서 생활고에 시달리다 신변을 비관, 소주 2병을 마시고 스스로 목숨을 끊기 위해 범행을 저질렀던 것으로 드러났다.
부산=김창배 기자 kimcb@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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