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집값 급등의 진원지인 서울 강남, 서초, 송파, 목동과 경기 분당 등 ‘버블 세븐’에 대한 정면대응 전략을 사실상 전면 수정했다. 이들 지역 집값의 즉각적인 안정을 겨냥하는 고강도 수요억제대책은 더 이상 승산이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대신 서울 외곽 수도권의 주택 공급에 ‘올인’하기로 했다. 정부 계획대로라면 내년부터 수도권의 공급 부족은 모두 해소된다.
만일 ‘공급 올인’의 ‘약발’이 먹혀 ‘기다리면 새집 분양 받을 수 있다’는 심리가 확산되면 집값도 서서히 안정될 것이다. 그러나 서울, 그 중에서도 버블 세븐이 대책의 타깃에서 비껴간 이상, 당장의 집값을 안정시키는 데는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더욱이 길게 봐도 공급이 서울 외곽에 집중되기 때문에 3~4년 후 서울의 공급부족과 수도권의 공급과잉으로 오히려 집값 양극화가 초래될 수 있다는 지적이 만만찮다.
정부가 15일 발표한 참여정부 8번째 부동산 대책인 ‘11ㆍ15대책’의 핵심은 수도권에 ‘더 많이, 더 빨리, 더 싸게’ 집을 공급하겠다는 것. 우선 2010년까지 수도권에서 연평균 32만8,000호의 신규주택이 공급된다. 수도권의 연평균 주택수요가 30만호 정도이니 산술적으로 보면 집이 모자라서 집값이 오를 일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물량부족이 예상됐던 내년만 해도 2만7,000호가 추가로 지어져 총 29만7,000호가 공급된다. 또 2008년에 분양하는 김포와 수원 광교 신도시부터는 분양가가 평균 25% 정도 인하되기 때문에 지금보다 더 적은 부담으로 내 집을 마련할 기회도 주어진다. 주택에 대한 수요를 투기수요로 간주하고 수요쪽 거품만 빼려다 실패한 기존 대책과 비교하면 시장 친화적으로 정책기조가 다소 돌아섰다고 평가할 만한 대목이다.
그러나 주택공급에는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 또 공급 말고는 뾰족한 추가 대책도 없기 때문에 집값 불안이 당분간 계속될 가능성은 여전하다는 지적이 많다. 정부는 소득에 따라 대출을 해주는 총부채상환비율(DTIㆍ연간소득 대비 연간원리금상환액 비율) 규제를 수도권 투기과열지구로 확대했지만, 이번 조치로 DTI가 새로 적용되는 주택은 5,119가구에 불과하다. 건설산업연구원 김현아 부연구위원은 “집값이 쉽게 안정되기는 힘들 것”이라며 “내년 봄 이사철 수요가 되면 다시 급등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더 큰 문제는 공급의 양보다 공급의 질이다. 정부의 ‘수도권 주택공급 로드맵’에 따르면 2010년까지 동탄, 김포, 파주, 광교, 양주, 송파, 평택, 검단 신도시 등에서 총 164만가구가 공급된다. 그러나 부동산 전문가들은 2009년 9월 분양을 시작하는 송파 신도시(4만9,000가구)를 제외하면 서울 집값 안정에 크게 기여할 만한 곳이 별로 없다고 말한다. 김경환 서강대 교수는 “수요는 서울의 ‘쏘나타’급인데 예정된 공급은 서울 외곽의 ‘아반떼’급”이라며 “신도시 입주가 본격화하는 3~4년 후에 오히려 서울 외곽은 집이 넘쳐 나고, 서울은 공급부족으로 가격이 오르는 양극화가 초래될 수 있다”고 말했다.
유병률 기자 bry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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