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근태 열린우리당 의장은 15일 오전 비대위회의에서 “30대 후반의 한 가장이 맞벌이로 8년 동안 1억원을 모아 집을 사려고 했는데 최근 집값이 1억원 올라 포기했다는 기사를 봤다”며 “너무 가슴이 아팠다”고 말했다. 김 의장만 가슴이 아픈 게 아니었을 것이다. 당사자인 그 가장은 아마 피눈물을 흘렸을 것이다.
하지만 같은 시간, 부동산 정책책임자이자 정책 실패의 책임을 지고 사의를 표명한 추병직 건설교통부 장관은 웃고 있었다. 세종로 정부중앙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한 추 장관은 환한 표정으로 다른 장관들과 환담하는가 하면 소감을 묻자 “괜찮다”고 큰 소리로 대답하는 등 시종 여유가 넘쳤다.
계속 웃음을 흘리는 것을 보다 못한 한 국무위원은 “너무 웃지 마시라”며 표정관리를 주문 했더니 추 장관은 “‘웃음이 헤픈 여자가 성공한다’는 베스트 셀러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자 옆 자리에 있던 유시민 복지부 장관은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는 책이 있는데, ‘생각이 있는 고래는 춤추지 않는다’는 책도 새로 나왔더라”며 힐난성 농담을 했다.
추 장관의 시도 때도 없는 웃음은 이미 수 차례 논란이 됐다. 추 장관은 국회에 출석해 의원들의 질책을 들을 때마다 까닭 모를 웃음을 보였다. 그 웃음은 성난 민심을 모르는 철없는 장관의 웃음, 의원들을 향한 조소 등으로 해석돼 도마에 올랐다.
전날 사의를 표명하고 마지막으로 국무회의에 참석하는 추 장관의 심정은 복잡했을 것이다. 그런 감정을 애써 웃음으로 가렸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것은 보통 때 이야기다. 지금 집 없는 서민들의 좌절감과 부동산 시장의 혼란을 생각한다면 웃을 수 없어야 정상이다. 그가 정말 반성하고 있는지 의심스럽다. 그리고 제정신인지도.
정치부 신재연기자 poet333@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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