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환 전 대통령의 비자금을 찾아내기 위해 검찰이 칼을 빼 들었다. 검찰은 1997년 전씨에 대한 확정 판결 이후 추징금 납부시효(3년)를 세 번이나 연장해 가며 비자금을 추적해 왔다. 그러나 2,205억원 중 532억원(24%) 추징이라는 기대 이하의 성적을 보여 온 검찰은 41억원의 뭉칫돈 수사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수사 결과가 좋으면 나머지 비자금 1,600억원의 행방도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자까지 포기
검찰이 가장 중시하는 부분은 2003년 10월 만기였던 채권을 최근에야 현금으로 바꾼 점이다. 전씨 차남 재용씨와 재용씨 아들의 계좌로 들어간 현금은 98년 발행된 5년 만기 채권을 바꾼 것이다. 채권 만기가 지난 이후에는 이자가 보태지지 않는다는 것을 감안하면 2003년 10월부터 최근까지 3년여 동안 41억원에 대한 이자를 포기한 셈이다.
2003년 당시는 검찰이 전씨의 비자금 추징을 위해 전씨 자택을 압류하고 재용씨 등이 연루된 100억원대 뭉칫돈이 발견돼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이던 시기였다. 전씨가 비자금이 들통날 것을 우려해 이자를 포기하면서까지 장기간 은닉했을 가능성이 있다. 수사 관계자는 “금융정보분석원(FIU)도 만기가 훨씬 지난 다음 채권을 현금으로 바꾼 점을 석연치 않게 생각해 검찰에 통보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수사 의지 커
전씨의 은닉 재산을 찾아내려는 검찰의 의지는 어느 때보다 강하다. 노태우 전 대통령의 경우 추징금은 2,628억원으로 전씨와 비슷하지만 이 가운데 2,111억원(80%)을 징수했다. 전씨에 대한 추징금 중 24%만을 거둬들인 검찰로서는 의욕을 앞세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게다가 추징금에 대한 검찰의 집행 실적이 극히 저조한 것도 수사 의지를 북돋우고 있다. 검찰의 추징금 집행율은 2004년 3.6%, 지난해 0.1%, 올해 0.08%로 급감했다. 지난해 선고된 대우그룹 분식회계 사건 추징금 탓에 비율이 줄어든 측면도 있지만 집행액 자체도 2004년 553억원, 지난해 325억원, 올해 212억원으로 줄었다. 추징금 집행을 통한 범죄수익 환수에 대해 김성호 법무부 장관이 깊은 관심을 갖고 있는 것도 검찰의 수사 의지를 북돋아 주고 있다.
대납도 가능해
검찰은 뭉칫돈이 전씨의 비자금으로 밝혀질 경우 전액 추징할 방침이다. 하지만 이 돈이 재용씨 돈이거나 다른 사람의 돈이라면 추징은 불가능하다. 노 전 대통령의 경우 서울중앙지검이 올 초 출처가 수상한 5억원의 흔적을 발견했지만 노씨 부인 김옥숙씨의 돈으로 밝혀져 추징하지 못했다.
하지만 전씨 부인 이순자씨는 2004년 5월 자신의 돈이라고 주장하던 출처 의문의 돈 200억원을 전씨 추징금으로 대납한 적이 있다. 당시 검찰은 이씨가 도의적 책임을 지고 대납하라고 이씨를 적극적으로 설득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41억원의 뭉칫돈이 비자금이 아니더라도 전씨 일가의 의지에 따라 대납의 형식으로 추징될 여지는 남아있는 셈이다.
최영윤 기자 daln6p@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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