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윤대 고려대 총장의 연임이 좌절돼 충격을 주고 있다.
어 총장은 13일 교수의회의 총장 후보 자격심사에서 부적격 후보로 지목돼 탈락했다. 2003년 2월 취임한 그는 국내 대표적‘최고경영자(CEO)형 대학총장’으로 주목받으며 대학 개혁을 진두지휘해 왔다.
동문을 중심으로 개혁 정책에 박수를 보냈던 지지세력은 “현실에 안주하려는 일부 교수들의 그릇된 행태가 개혁의 후퇴를 불러왔다”며 후보 탈락에 강하게 반발했다. 반면“학내 민의를 배제하고 독단적으로 조직을 운영한 결과”라는 반응도 감지되고 있다.
어 총장이 재임 기간 고려대의 위상을 한 단계 끌어올렸다는 데에는 이견이 없다. 그는 CEO형 총장이란 명성에 걸맞게 3,500억원의 발전기금을 유치해 국제화 흐름을 주도했다. 덕분에 고대는 올해 더 타임스가 선정한 대학평가에서 국내 사립대 중 유일하게 150위로 오르는 등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뤄냈다.
그러나 급격한 개혁 드라이브가 일부 구성원들에게는 위기 내지 개혁 피로감을 불러왔다는 지적이 높다. 문과대의 한 교수는 “학과 특성과 교수들의 의사를 고려하지 않은 영어강의 비율 확대나 기업식 대학 운영 등에 불만이 누적돼 온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9월 ‘인문학 위기 선언’이 고대에서 가장 먼저 제기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는 어 총장도 “교수들에게 강요한 면이 있다”며 어느 정도 인정한 부분이다.
이와 함께 고대만의 독특한 총장 선출 방식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부적격자를 걸러내는 예비 투표 성격의 ‘네거티브 보팅’은 능력과 성과보다 구성원의 신뢰도가 당락의 중요한 요소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재임 총장에 대한 신임 투표격인 현 제도를 둘러싼 논란도 한층 가열될 전망이다.
김이삭 기자 hir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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