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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高價에 세금폭탄' 강남아파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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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高價에 세금폭탄' 강남아파트

입력
2006.11.15 0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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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당 최고 6,000만원에 달하는 서울 강남의 아파트. 그래도 사겠다는 사람이 줄을 서고 있다. 반면 종합부동산세 부담이 커지고 내년부터 1가구 2주택자에 대한 양도소득세까지 중과되지만 강남의 다주택 보유자들은 팔 생각을 않고 있다.

정부 말대로라면 집을 여러 채 가진 사람들은 빨리 팔아야 하고, 집이 필요한 실수요자들은 구입시기를 늦춰야 한다. 그래야 집값도 떨어진다.

하지만 시장은 정반대로 움직이고 있다. 이들은 왜 강남 아파트를 사려 하고, 왜 팔지 않으려 할까. 거품 논란에도 불구하고 강남 아파트를 사겠다는 사람과, 어떻게든지 붙들고 있겠다는 사람들을 만나봤다.

“자녀 교육 생각하면 강남 살아야죠”

경기 구리시의 45평 아파트에 사는 치과의사 노형수(35)씨. 노씨는 최근 서울 강남구 대치동의 31평짜리 아파트를 12억원에 계약했다. 저축을 통해 모은 돈과 살고 있던 아파트를 처분해 8억원을 마련하고 나머지 4억원 가량은 대출을 받아 충당키로 했다. 적지 않은 대출 이자를 부담해야 하고, 무엇보다 부모님까지 모시는 상황에서 집을 줄여 사는 불편함을 감수하면서까지 그가 대치동으로 ‘입성’한 이유는 단 하나. 자녀 교육 때문이었다.

노씨는 “병원이 의정부에 있어 출퇴근 여건이 지금보다 더 나빠지겠지만 자녀 교육을 생각하자니 결국 강남을 택하지 않을 수 없었다”며 “대출 이자와 보유세 부담도 늘겠지만 자녀의 미래가 더 중요한 것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교육문제가 풀리지 않는 한, 정부의 집값안정 대책은 백약이 무효일 수 밖에 없다.

“지금 안 사면 영영 못 살 것 같아요”

서울 구의동에서 인테리어 회사를 운영하는 김영민(41)씨도 최근 강남구 개포동의 34평 아파트를 14억원에 샀다. 김씨는 “추석 이후 단기간에 가격이 올라 가격이 상투일지도 모른다는 불안한 마음도 있었지만 지금 안 사면 영영 강남에 살 수 없을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며 “대출을 한도까지 채워야 할 정도로 부담은 되지만 사회적 인프라가 잘 갖춰진 강남에서 평생을 살겠다는 평소 생각을 실행에 옮긴 것”이라고 전했다.

그는 “정부의 집값 안정 기조가 워낙 강해 거품이 어느 정도 빠질 것으로 보고 2002년부터 사기로 맘을 먹었던 아파트 구입을 미뤄왔었다”며 “정부를 믿고 더 기다렸다가는 기다린 만큼 손해를 볼 것 같아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계약을 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부는 ‘지금 집사면 낭패’라고 엄포를 놓았지만, 김씨는 ‘정부 말 들었다가는 더 큰 낭패를 볼 것 같다’는 생각이다.

“한번 팔면 다시는 사기 어렵잖아요”

대치동 은마아파트 31평형과 개포동 주공아파트 15평형을 갖고 있는 김외옥(57)씨는 집을 팔 생각이 없다. 종부세를 비롯해 보유세 부담이 크게 늘어나고 내년부터 2주택자에 대한 양도세 부담도 커졌지만 두 채 모두 보유한다는 원칙에는 흔들림이 없다.

김씨는 “딸이 결혼하면 한 채는 우리 부부가 살고, 나머지 한 채는 자식에게 물려줄 생각”이라며 “자식과 가까이 살고 싶은데 지금 팔고 나면 다시 강남에 아파트를 사기 어려울 것 같아 팔 지 못한다”고 말했다.

김씨가 꿋꿋하게 두 채 모두 보유키로 한 데는 재건축에 거는 기대감도 한몫하고 있다. 그는 “당장은 아니더라도 언제든 재건축이 되면 자산 값어치도 크게 오를 텐데 굳이 서둘러 팔 이유가 전혀 없다”며 일축했다. 당장은 어렵겠지만 새 정부가 들어서면, 혹은 더 나중에라도 재건축 규제는 풀릴 것이란 확고한 믿음을 읽을 수 있다.

“알고 보면 세금부담 그리 크지 않거든요”

강남구 압구정동 아파트와 송파구 잠실동 재건축 아파트를 1채씩 갖고 있는 직장인 조병환(42)씨도 아파트 처분계획이 없다. 보유세가 적지 않게 늘어 커다란 부담이 될 법도 했지만 그는 월세 가격을 올려 세금 부담을 해결키로 했다.

조씨는 “종부세로 낸 세금은 나중에 양도세 낼 때 공제를 받게 돼 알고 보면 큰 부담이 안 된다”며 “강남 40평짜리 아파트의 경우 월세를 30만원 정도만 올려도 세금 인상분은 충분히 상쇄한다”고 말했다.

그는 “집이 한 채뿐인 사람들은 늘어나는 세금을 전가시킬 대안이 없지만 구청이 탄력세율을 적용해 재산세를 깎아주고 있어 별 큰 부담은 되지 않을 것”이라며 “무엇보다 그 동안의 집값 상승분을 고려하면 절대 큰 액수가 아니다”고 말했다.

정부가 뭐라든지 집값은 더 오를테고, 그렇다면 세금폭탄 정도는 감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전태훤 기자 besam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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