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을 사랑한 일본인 야나기 무네요시(柳宗悅, 1889~1961)는 한국미를 논할 때 가장 먼저 거론되는 미학자이자 민예운동 실천가다. 20대 청년 시절 경주의 문화유적지를 답사한 이래 20여 차례 조선을 오가며 한국의 아름다움에 푹 빠졌고, 이를 널리 알리는 데 평생을 바쳤다.
그는 일본 미술이 상당 부분 조선에서 건너 온 것임을 밝히는 한편, 민중의 생활미술을 중시해 ‘민예’라는 개념을 만들고 민예운동을 이끌었으며, 일제 강점기 경복궁 안에 조선민족미술관을 세웠다. 총독부 건물을 짓기 위해 광화문을 철거하려는 일제의 계획에 반대하고, 일제 치하 조선의 고통에 대해 일본인으로서 사죄하는 글을 신문에 기고하는 등 조선을 사랑하는 마음을 글과 행동으로 옮겼다.
일민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문화적 기억-야나기가 발견한 조선 그리고 일본> 전은 그가 평생 모은 한일 양국 민예품과 관련 자료로 이뤄진 전시다. 안목 높기로 유명한 그의 컬렉션을 국내에 처음 공개하는 자리다. 그의 수집품으로 세워진 일본민예관에서 가져왔다. 문화적>
도자기뿐만 아니라 목기, 석기, 짚공예 등 조선 민예품 87점과, 일본미를 대표하는 에도 시대 도자기 등 일본 민예품 77점을 나란히 선보이고 있다. 야나기 공예론에 영향을 받은 현대 일본 공예가들의 작품 36점, 그의 자취가 담긴 사진과 직접 쓴 글, 조선민족미술관 설립을 위해 조선에 와서 기금 마련 독창회를 했던 아내 가네코의 공연 영상물도 볼 수 있다.
미술관측은 “야나기의 삶과 열정, 사상을 편견 없이 있는 그대로 드러내 보이는 전시”라며 “야나기의 시선으로 조선을 돌아보는 이 전시가 우리가 알지 못했거나 잃어버린 참모습을 찾아가는 밑거름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전시는 내년 1월28일까지. (02)2020-2055
오미환기자 mhoh@hk.o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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