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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라톤 금메달 70주년 '손기정 선생님을 기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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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라톤 금메달 70주년 '손기정 선생님을 기리며'

입력
2006.11.14 2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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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최초의 올림픽 금메달입니다!!”

1976년 캐나다 몬트리올 올림픽 레슬링 종목에서 내가 금메달을 획득했을 때 많은 매체들의 보도내용이었다. 벌써 30년이란 세월이 흘렀고 그때를 생각하면 지금도 ‘나는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운동선수였구나’ 싶어 감회에 젖곤 한다.

이후 나와 같은 올림픽 금메달리스트들에 대한 국민들의 열렬한 환호와 성원은 그 후에도 이어져 그들의 이름을 건 체육관이나 기념관이 지어지고 있다. 실제로 청주에는 ‘김수녕 양궁장’, 강원 삼척에는 바르셀로나 올림픽 마라톤 우승자인 황영조의 출생에서 은퇴까지의 활동을 기린 ‘황영조 기념관’이 건립되어 일반인에게 개방된 지 오래며 부산 사직동에는 내 이름을 건 ‘올림픽 제패기념 양정모 종합훈련장’도 있다. 그러나 이런 호사스런 영광을 누린 나에게도 항상 가슴 한편엔 빚을 진 듯 죄스러운 무거운 짐 하나가 있다.

2006년 올해는 운동 선배로서 가장 존경하던 그리고 일제 강점기 민족의 자존심으로 대표되는 분 중의 한 분인 손기정 선생님이 1936년 베를린올림픽 마라톤에서 금메달을 획득 하신지 꼭 70년이 되는 해이다. 더욱이 15일은 선배님의 추모 4주기가 된다.

나는 지금까지 올림픽을 포함한 그 어떤 국제대회에서도 영광의 시상대 위에 서 있는 금메달의 주인공이 그렇게도 슬픈 얼굴을 하고 있는 모습을 본 적이 없다. 아마도 민족적 치욕인 일장기가 가슴에 붙어 있었기 때문이었으리라. 분명 그는 ‘이 곳에 서 있는 나는 일제치하에서 고통 받고 있는 동포들을 대신해 달린 조선의 건각이다’고 가슴으로 외치고 있었기 때문이리라.

아직도 그분의 “우승한 선수의 국기가 게양되고 국가가 연주된다는 것을 알았더라면 나는 결코 베를린올림픽에 나가지 않았을 것이다” 라고 하신 말씀을 잊을 수가 없다. “우리가 달리는 것을 누가 막겠는가”라는 선생님의 외침은 또한 내 삶에 큰 가르침이기도 하다.

그는 나에게 존경의 대상이자 송구와 민망함으로 주눅 들게 한 존재였다. 나는 어떤 면에선 진정한 ‘대한민국 최초의 올림픽 금메달리스트’라는 영광은 그의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도 나나 후배들에 비해 ‘그 분은 아직 기념관도 없는데...’, ‘그의 역사적인 유품조차 마땅히 보관할 곳이 없어 여기저기 분산되어있고 보존상태도 방치 수준이라 들었는데...’, 이런 생각들이 바로 내가 가지고 있던 무거운 짐이었다.

그러던 중 얼마 전 뜻밖의 소식을 들었다. 손기정 선생님을 존경하며 기리던 화가 강형구 화백과 외손자인 이준승씨가 선생님의 기념재단을 설립했고 최근엔 기념관 건립을 위해서 많은 준비를 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더욱 기뻤던 것은 가까운 지인이며 운동 후배인 오륜문화사 대표 김명기씨가 재단을 도와 손기정 선생님의 기념관 건립을 위해 적극 나섰다는 것이다. 그들은 평소 기념관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있던 각계의 인사들의 뜻을 모아 <손기정 기념관 건립추진위원회> 를 구성하고 기념관건립을 위한 기금마련을 위해 구체적인 사업을 하나씩 추진하고 있다고 한다. 너무나도 고마운 일이다.

비록 내가 시작하진 못했지만 사명을 가진 후배와 후손들이 이제 그 위대한 나의 영웅을 기리기 위해 한 걸음 내딛는 것을 보니 가슴이 후련해진다. 이제는 고인이 되신 선생님을 편안한 마음으로 그릴 수 있을 것 같다. 그리고 나도 이제는 “우리가 달리는 것을 누가 막겠는가!“ 라고 후배들에게 자신 있게 외치고 싶다.

양정모 몬트리올올림픽 레슬링 금메달리스트ㆍ동아대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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