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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준만 칼럼] 왜 중도(中道)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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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준만 칼럼] 왜 중도(中道)인가?

입력
2006.11.14 2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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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최근 어느 강연회에서 '좌우(左右) 통합'을 역설했다. 당연히 일부 청중의 이의 제기가 있었다. 하긴 도무지 말이 안되는 소리다. 그렇지만 민주주의의 기본 원리를 몰라서 한 말은 아니다.

본뜻은 '좌우 소통'이었지만, 한국사회에서의 좌우 개념이 우리의 현실 인식을 방해하고 있다는 걸 말하고 싶어 일부러 '통합'이라는 도발을 해보았다.

바닥 민심을 잘 모르는 분들은 일부러 택시를 10번만 타볼 필요가 있다. 운전기사와 잠시동안이라도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를 나눠보시라. 요즘엔 운전기사들의 분노가 심해져 그런 이야기를 하는 것조차 쉽지 않지만 말이다.

기존 좌우 분류법으로 보자면, 택시 기사들은 대부분 우익인 것 같은 느낌을 준다. 그런데 그들은 진정 우익인가? 아니다! 기존 좌우 구분법이 현실엔 잘 맞지 않는다는 걸 말해주는 걸로 보는 게 옳다.

● 민생과 괴리된 정치권 좌ㆍ우 논쟁

정치권에서 좌우 논쟁ㆍ갈등이 벌어지면 서민층은 비웃다가 나중엔 욕한다. 민생과 별 관련이 없다고 보기 때문이다. 다수 한국인의 최대 관심사이자 고통의 근원이기도 한 취업ㆍ아파트ㆍ사교육이라고 하는 3대 이슈에 좌우 구분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문제 해결의 접근방법에 있어 좌우 구분은 가능할망정, 그 이슈들이 발등에 떨어진 불처럼 워낙 절박하기 때문에 좌우의 차이는 사실상 무의미하다.

최근 들어 유권자들이 '보수화'되었다고 주장하는 목소리가 높지만 그것도 알고 보면 괜한 말씀이다. 열린우리당보다는 한나라당이 더 서민을 생각하는 정당이라고 답한 사람들이 더 많이 나온 조사 결과를 상기할 필요가 있다.

이런 결과가 모든 여론조사에서 지속적으로 나오는 건 아닐망정, 한나라당이 심심하면 '좌파'라는 딱지를 붙여대는 열린우리당을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건 정치권의 좌우 개념이 민중과 괴리돼 있다는 걸 말해주는 증거로 보아 무방하다.

여야를 막론하고 정치 의제가 민생의 절박함과 동떨어져 있기 때문에 타협은 어려워지고 갈등은 격화된다. 대선이라는 정권 장악 도박판까지 가세해 그야말로 '너 죽고 나 살기'의 대혈전이 벌어진다. 그로 인한 사회적 혼란과 기회비용은 한국의 국운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어찌 할 것인가? 이른바 '87년 체제'가 20년으로 수명을 다했다는 걸 깨닫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주요 의제 설정을 다시 하고 '중도(中道)'를 두텁게 한 뒤에 좌우가 한 단계 낮은 키로 중도의 양 옆에 포진해야 한다. 극단적 분열주의가 기승을 부리면 어느 쪽이 옳건 그르건 모두 다 자멸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지난 9일 창립 모임을 연 '화해상생 마당'이란 단체는 주목할 만하다. 보수와 진보의 화해를 모색하고 중도 노선을 표방하는 지식인들이 결성한 이 단체는 창립선언문에서 "이 어렵고 민감한 시기에 선명성과 선동성을 앞세운 극단론을 경계하면서 극단주의를 극복할 중도노선을 확산하여 화해와 상생의 기운을 진작시키는 데 힘쓰고자 한다"고 밝혔다.

● 선동성 앞세운 분열주의만 기승

조건부 지지를 보내고 싶다. 여태까지 지식인을 비롯한 저명 인사들의 모임이 실패로 돌아간 이유는 그런 모임이 정ㆍ관계 진출의 도구로 이용되었기 때문이다.

'화해상생 마당'은 정치에 개입하지 않기로 했다지만, 회원들의 개별적 개입은 어떻게 할 것인가? 차라리 정ㆍ관계 진출을 않겠다는 회원들의 서약서를 받는다면, 회원을 굳이 50명 이내로 제한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무엇보다도 신뢰부터 키워야 한다. 사회 지도층은 물론 지식인에 대한 신뢰가 바닥에 떨어진 현 상황에선 그라운드에 직접 뛰어들지 않는 게 화해상생을 위한 필요조건이다. 선수는 많고 심판은 없는 게 한국형 극단주의의 본질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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