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이백만 홍보수석의 퇴장이 참여정부의 국정홍보 기조 변화로 이어질 수 있을까. 이 수석이 집값폭등에 분노한 민심의 직격탄을 견디지 못하고 물러나자 “정부의 홍보 정책을 조정ㆍ지휘하는 사령탑이 바뀌면 홍보 내용이나 방식도 바뀌는 게 아니냐”는 얘기가 조심스레 흘러나온다.
이 수석이 이끄는 홍보수석실은 그 동안 참여정부의 전도사를 자처하며 ‘공격적 홍보’를 펼쳤다. 참여정부의 성과를 일방적으로 홍보하고 반대 의견에 대해서는 해명, 브리핑 등 소극적 대응을 넘어 언론중재위 제소, 법적 대응 등으로 맞서 왔다. 정책에 대한 찬반을 건전한 토론이나 여론 수렴으로 유도하기 보다는 ‘내편 네편’으로 나누고 정책 실패를 남의 탓으로 돌리는 책임 전가도 적지 않았다.
이 수석도 이런 공격적 홍보 방식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그는 국정홍보처 차장 시절 자신의 칼럼을 통해 “박정희 전 대통령이 대한민국 고등학교 교장이라면, 노무현 대통령은 대학교의 총장 격”이라며 “노무현 패러다임이 시작됐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 수석은 지난 2월 홍보사령탑이 된 뒤에도 양정철 홍보기획비서관 등과 호흡을 맞추며 공세적 홍보 방식을 답습했다. 지난 7월에는 노무현 대통령을 원색적으로 비난한 조선일보와 동아일보를 겨냥해 “두 신문의 최근 행태는 마약의 해악성과 심각성을 연상시킨다“며 정면으로 맞받아쳤다. 홍보수석실의 일방 통행식 홍보에 대해 야당은 물론 여당에서조차 불만이 팽배했지만 그동안 변화 조짐은 보이지 않았다.
이 수석이 물러나는 직접 계기가 된 글도 ‘일방 홍보ㆍ책임 전가’라는 공격적 홍보 방식을 답습하고, 안주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이 수석이 지난 12일 청와대 홈페이지에 올린 ‘비싼 값에 지금 집을 사면 낭패’라는 글은 집값 폭등에 분노한 민심에 불을 붙인 계기를 제공했지만 당사자와 청와대는 처음에는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았다.
실제로 청와대에선 여론의 집중타를 맞고도 여전히 “이 수석 글 내용에 무슨 잘못이 있느냐”며 안이하게 접근했다. 청와대 일부 관계자들은 “결과적으로 집값 폭등에 안절부절못하던 서민들을 진정시키는 효과 만큼은 확실했다”고 말했을 정도다. 청와대는 이 수석의 사퇴를 국정홍보 기조와는 무관한 돌발 사건으로 보는 분위기이다. 글을 쓴 이 수석이 2004년 3월 서울 강남구 역삼동 아파트를 10억원(현재 호가는 20억원 가량)에 분양 받았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여론을 더욱 자극한 것으로 보고 있다.
청와대가 이날 청와대 홈페이지인 ‘청와대 브리핑’ 에 대한 전면 쇄신 또는 폐지 가능성을 일축한 것도 여전히 국정홍보 기조에 큰 문제가 없다고 보기 때문이다. 따라서 노 대통령의 생각이 크게 바뀌지 않는 이상 홍보수석이 바뀐다고 국정홍보 기조가 크게 달라지길 기대하긴 무리다. 하지만 청와대가 임기 말을 맞아 국민 여론과 언론의 반응을 무조건 배척할 수는 없기 때문에 홍보 방식 일부를 조정할 가능성은 있다.
이동국 기자 eas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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