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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병직·이백만·정문수 사의/ 성난 민심… 盧대통령 오기 꺾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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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병직·이백만·정문수 사의/ 성난 민심… 盧대통령 오기 꺾였다

입력
2006.11.14 2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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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은 여론에 굴복해 참모를 물러나게 하지 않는다는 식으로 말해왔는데, 이제 인사 스타일이 바뀌는 것일까.”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중간 선거 패배 후 럼즈펠드 국방장관을 즉각 경질하는 것을 보면서 노 대통령의 생각도 좀 바뀐 것 아닌가?”

노 대통령이 14일 사의를 표명한 추병직 건교부 장관, 이백만 청와대 홍보수석, 정문수 청와대 경제보좌관 등 3인의 사표를 수리할 것으로 알려지자 정치권에서는 이 같은 얘기들이 나왔다. 사표 수리의 모양새이긴 하지만 이는 사실상 여론의 요구를 받아들인 문책성 경질로 볼 수 있다.

과거 방식대로라면 노 대통령은 버틸 때까지 버텼을 것이다. 하지만 이번엔 교체 여론이 불거진 지 불과 며칠 만에 신속히 여론에 백기를 들었다. 그래서 “노 대통령의 오기 인사 스타일이 바뀌는 것 아니냐”는 얘기도 나온다.

과거 사례를 보면 이 같은 차이가 분명히 드러난다. 노 대통령은 분명한 잘못이 드러나지 않으면 여론에 밀려 사람을 갈아치우는 모습은 보여주지 않았다. 지난 8월 김병준 전 교육부총리 인사 파동 때도 그랬다. 김 전 부총리가 논문 의혹 등에 휩싸여 경질 요구가 봇물을 이루는 와중에서도 노 대통령은 ‘사실 관계 규명이 중요하다’는 입장을 끝까지 견지하다가 한명숙 총리가 건의하고, 본인이 사의를 표명하자 마지못해 이를 받아들였다. 3월 이해찬 전 총리의 골프 파문 때도 노 대통령은 이 전 총리를 보호하려고 끝까지 노력했다.

지난해 6월에는 전방 GP 총기 난사 사건 등의 문제로 윤광웅 국방장관에 대한 경질론이 제기됐지만 노 대통령은 거부했다. 한나라당은 해임건의안까지 냈지만 노 대통령은 “왕조시대의 책임관에서 연유된 측면이 있다”며 물러서지 않았다. 2004년 6월에는 반기문 전 외교장관에 대해 김선일씨 피살 사건의 책임을 물어 경질론이 나왔지만 노 대통령은 “사회적 분위기만으로 책임을 지우려 해선 안된다”며 반 장관을 지켰다.

그런데 왜 이번에는 신속히 경질을 결심했을까. 무엇보다 정책 실패에 따른 부담을 더 이상 안고 가기 힘들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부동산 정책에 대한 ‘민심 이반’의 강도를 볼 때 더 이상 미적거리다가는 임기 말 국정운영을 감당키 어렵다는 생각을 한 것이다. 이날 사의 표명, 대통령 보고, 대변인 공식 발표에 이르기까지 걸린 시간이 3∼4시간에 불과할 정도로 청와대가 이례적으로 신속히 처리한 것에서도 이런 의지를 읽을 수 있다.

여당 내에서 경질 요구가 거세게 나오고, 여당 지도부마저 사퇴 건의를 한 상황에서 버티다간 레임덕 가속화를 초래할 것이라는 판단도 했을 것이다. 사실 청와대는 내심 연말쯤 추 장관 등을 교체하려는 생각을 했었다. 당청간 의견 교환도 있었다는 후문이다. 하지만 수습이 어려운 국면으로 상황이 전개되자 서둘러 정리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이다. 그만큼 정치적 상황과 국민 여론이 노 대통령의 인사 원칙과 스타일을 고집하기 어렵게 만든 셈이다. 그러나 노 대통령이 진정으로 인사 스타일을 바꾸는 것인지 여부는 후임 인선의 면면을 지켜봐야 분명히 드러날 것 같다.

정녹용 기자 ltre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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