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 집단 괴롭힘을 당하는 학생들의 잇단 자살이 사회문제로 부각됐다. 이지메를 견디다 못한 학생들의 자살예고편지 소동이 벌어지는가 하면, 제자들의 집단 괴롭힘을 막지 못한 초등학교 교장이 자책감을 못 이겨 자살했다.
집단 괴롭힘이 피해자·가해자를 막론하고 모두의 인간성을 파괴하고 공동체의 틀을 허무는 가장 비겁하고 저열한 행태라는 점은 말할 나위도 없다. 우리 학교에서도 집단 괴롭힘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닐 만큼 광범위하게 퍼져 있다.
올해 들어서도 집단 괴롭힘을 견디다 못한 학생들의 투신, 가출, 보복폭력 사건이 끊이지 않고 있다. 실태의 일부만을 반영하는 공식 통계에서도 학급 당 한 건 이상의 학교폭력이 저질러지는 것으로 나타나 있다. 무엇보다 걱정스러운 것은 학교폭력이 갈수록 연소화하는 현상이다.
사리 분별이 미숙한 어린 학생들에 의해 저질러지는 집단 괴롭힘은 그 양상이 더욱 잔인하고 극단적이기 쉬우며 실상이 잘 알려지지 않는다. 우리 사회가 심각성을 인식하고 총체적 대응에 나서야 하는 까닭이다.
시범운영 중인 스쿨 폴리스제, 경찰의 집중 단속, 시민단체 연계 감시 등 제도적 예방책이 적지 않은 효과를 거두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보다 중요한 것은 가정과 학교, 사회의 공동 예방교육이다.
학교폭력이 근절되지 않는 근본적 이유는 공동체적 가치관을 가르치지 않는 이기적 가정교육, 문책을 피하려고 가능한 한 문제를 드러내지 않고 은폐하는 학교행정, TV나 인터넷 등을 통해 무분별하게 노출되거나 미화되기까지 하는 폭력문화라는 점에서 범사회적 교육을 통한 인식 개혁은 절실하다.
학교폭력은 개인의 삶과 공동체의 미래를 파괴하는 가장 질 나쁜 반사회적 범죄다. 우리의 경우도 청소년기의 일과성 치기로 간과할 수준은 벌써 넘어선 만큼 국가적 차원의 사안으로 근본적 해결책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후원자들의 성금으로만 운영되는 청소년폭력 예방재단과 같은 민간단체에 교육당국이 지원을 하는 것도 검토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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