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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N&OFF] 아나운서 기획사行 방송국의 '자승자박'

입력
2006.11.14 2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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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나운서는 연예인이 아니다. 하지만 사직하면 곧 연예인이 되기는 한다. 강수정 전 KBS 아나운서는 KBS를 사직한 뒤 MC전문 기획사 DY엔터테인먼트와 계약했다. 아나운서를 ‘인기 연예인’, KBS를 인기 연예인이 몸담은 소속사라고 치면 강 전 아나운서의 행위는 옛 소속사에서 스타로 성장한 연예인이 더 나은 조건을 찾아 소속사를 옮긴 것과 똑같다. 다만 KBS는 기획사가 아닌 방송사이기에 전속계약으로 그들을 묶어두지 못할 뿐이다. KBS 아나운서협회는 “회사를 그만둔다면 KBS 아나운서로서 누린 프리미엄도 함께 포기해야 한다”며 프리랜서를 선언한 아나운서들의 KBS 출연을 일정기간 금지해야 한다는 입장도 밝혔다.

이런 상황을 만든 것은 다름 아닌 방송사다. 방송사는 프로그램 제작과 캐스팅 권한을 이용해 아나운서를 버라이어티 쇼에 출연시켰고, 아나운서는 방송사의 지원 아래 경쟁력 있는 프로그램에 보다 쉽게 출연하며 인기 스타가 됐다.

대신 방송사는 엄청난 출연료를 줘야 하는 인기 MC 대신 소속 아나운서를 ‘저비용 고효율’로 활용할 수 있었다. KBS는 노현정 전 아나운서가 <상상플러스> 로 인기를 얻자 주요 오락 프로그램을 여럿 맡기기도 했다. ‘아나운서를 인기 연예인처럼 활용하고 싶지만, 그렇다고 전속계약 등에 따른 비용 상승은 감수하기 싫다.’ 아나운서에게 연예인이 될 것을 요구하면서도 그들을 ‘아나운서’로 묶어두려는 방송사의 겉 다르고 속 다른 관리법에는 이런 속셈이 깔려 있다.

그러나 이제 기획사들이 인기 아나운서를 연예인의 관점에서 바라보기 시작했고, 인기 아나운서 역시 스스로를 ‘연예계’에서 충분히 대우받을 수 있는 스타로 자각하기 시작했다. 과연 방송사가 언제까지 이런 눈 가리고 아웅식 아나운서 관리로 버틸 수 있을까. 반쯤은 농담이지만, 차라리 ‘KBS 엔터테인먼트’라는 기획사를 차려 연예인화한 아나운서를 따로 관리하는 편이 낫지 않을까 싶다.

강명석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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