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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하를 향해 뛰는 별★] <4> 태권도 진채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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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하를 향해 뛰는 별★] <4> 태권도 진채린

입력
2006.11.14 2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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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노 선율도 좋았지만 신나게 뛸 수 있는 태권도가 더 좋았어요.”

태권도 종주국 한국을 대표할 12명의 태권전사 가운데 유일한 고교생 진채린(18ㆍ여ㆍ리라컴퓨터고). 올림픽 금메달보다 힘들다는 태권도 태극마크를 획득한 그는 초등학교 4학년 때 장래 희망을 피아니스트에서 태권도 선수로 수정했다.

# 자정까지 맹훈…대만 수리웬 꺾으면 금메달 '떼논 당상'

“피아노와 미술에 소질이 있었지만 에너지가 워낙 넘쳐서 태권도를 시켰어요. 동네 딱지와 구슬은 채린이가 모두 휩쓸었죠. 집에 항상 구슬이 한 가마니 이상 있었죠. 남동생이 얻어맞고 집에 오면 채린이가 맨발로 뛰어나가 응징했어요. 상급생 남자애들도 채린이 앞에서는 꼼짝 못했어요. 껄껄”

아버지 진건(49) 씨는 태권낭자 채린의 어린 시절을 회상하며 흐뭇한 미소를 띄웠다. 도하아시안게임 개막(12월1일)을 17일 앞둔 14일 태릉선수촌. 태권전사 12명이 구슬땀을 흘렸다. 페더급 국가대표 이성혜(22ㆍ경희대)의 왼발이 전광석화처럼 라이트급 대표 진채린의 옆구리에 꽂혔다. 정신이 번쩍 든 진채린이 이내 오른발을 뻗는 듯하더니 몸을 허공에서 360도 회전하면서 돌개차기로 반격했다. 태권도 종주국 한국을 대표하는 태극 전사답게 막상막하의 실력을 뽐냈다.

흐르는 땀을 닦을 새도 없이 겨루기 상대가 바뀐다. 웰터급 황경선(20ㆍ한국체대)의 매서운 앞돌려차기에 진채린은 재빨리 뒷차기로 응수했다. 진채린의 주특기는 뒷차기, 돌개차기, 뒤돌려차기. 태권전사들은 자정이 지날 때까지 담금질에 여념이 없었다. 한국보다 6시간 느린 카타르 현지시간에 적응하기 위해서다.

실전훈련에 이은 전술훈련이 이어졌다. 상대의 선제공격을 피하지 않고 맞받아 차는 반격 위주로 연습했다. 이때 진채린의 몸놀림이 갑자기 둔해졌다. 체력에 문제가 있나 싶어 물었더니 돌아온 대답이 걸작이다. “저는요, 꼭 필요할 때만 집중합니다. ‘선체력 후기술’이 제 목표인걸요. 체력에는 전혀 문제가 없습니다.” 언뜻 보면 당돌하지만 ‘선택과 집중’을 강조하는 진채린의 눈빛은 반짝였다.

여자대표팀 전익기 감독은 “채린이가 성격이 활발하지는 않지만 앞돌려차기가 좋고 파이팅이 넘친다”면서 “대만의 강호 수리웬을 꺾으면 금메달은 떼어 놓은 당상이다”고 장담했다.

수리웬은 지난해 제1회 코리아오픈대회에서 세계선수권을 2연패한 김연지를 제압하고 우승했다. 세계 최강의 자리를 눈앞에 둔 수리웬은 지난 4월 아시아선수권에서 진채린에게 일격을 당했다. 진채린은 아시안게임에서도 과감한 선제공격으로 수리웬의 기선을 제압할 생각이다.

“뭐든지 물어보세요. 목표요? 부모님께서는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딴 뒤 교수가 되길 원하세요. 하지만 일단은 아시안게임에만 집중할래요. 계획은 나중에 세워도 늦지 않아요. 최소한 내년 세계선수권과 2008년 베이징올림픽까지 태극마크를 달고 우승하고 싶습니다. 남자친구가 있냐고요? 태권도 연습할 시간도 부족한걸요, 뭘. 성원해주시는 국민 여러분께 꼭 금메달로 보답하겠습니다.”

이상준 기자 j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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