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효숙 헌법재판소장 내정자의 국회 임명동의안 처리를 하루 앞둔 14일 한나라당이 기습적으로 국회의장석을 점거, 철야 농성에 들어가 전 내정자 국회인준을 위한 본회의 개의가 불투명해졌다.
이 때문에 15일 본회의 개의 과정에서는 여야 의원들이 충돌하거나 임채정 국회의장이 질서유지권을 발동, 국회 경위들이 한나라당 의원들을 끌어내리는 최악의 풍경이 연출될 가능성도 있는 등 파행이 불가피해 보인다.
열린우리당의 전 내정자 표결처리에 반대하는 한나라당 의원 30여명은 이날 국회 교육문화사회분야 대정부질문이 끝난 직후인 오후 6시10분께부터 의장석을 점거한 뒤 ‘헌법파괴 전효숙, 헌재소장 원천무효’라는 플래카드를 단상에 내걸고 농성에 들어갔다.
이 과정에서 우리당 의원들이 단상에 붙은 플래카드를 떼고 한나라당 의원들과 몸싸움을 벌이는 물리적 충돌이 이어졌다. 이후 본회의장에서는 한나라당 의원 60여명, 우리당 의원 30여명이 대치하기 시작했으며 간간히 욕설도 오갔다.
한나라당은 이날 밤 본회의장에서 의원총회를 열어 ‘실력 저지’입장을 재확인했다. 김형오 원내대표는 “한나라당이 동의안 처리를 막지 못하면 존재할 이유가 없다. 이 일이 언제 끝날지 확신할 수 없으나 마음을 다잡고 일하면 금새 해결 될 것”이라며 “민주주의를 위한 싸움터가 이곳”이라고 강조했다. 한나라당은 무기한 농성을 통해 인준안 통과를 저지할 것임을 결의했다.
이에 맞서 우리당 의원 30여명도 본회의장에 머물며 단상점거에 항의했다. 우리당은 이날 밤 원내대책회의와 비상대책위원회를 잇따라 열어 법과 절차에 따라 인준안을 상정해 표결처리 한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시나리오별 대책도 논의했고, 소속 의원 전원 대기령까지 내렸다.
노웅래 원내공보부대표는 “한나라당의 단상점거는 헌정질서를 유린하고 의회를 부정하는 폭거”라고 강조했다. 박병석 비대위원은 “강행 처리를 포함해 절차에 따라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70여명 의원들이 가진 긴급 간담회에서도 “직접 실력 대응을 해서라도 표결 처리해야 한다”는 의견이 다수여서 여야의 격렬한 물리적 충돌이 우려되고 있다.
이에 앞서 민주당은 전 내정자 임명에 반대하지만 15일 본회의 표결에는 참여하겠다고 밝혔다. 우리당 139석에 민주당(12석), 민노당(9석)이 참여하면 재적의원 297명의 과반인 의결정족수(149석)는 달성할 수 있지만, 한나라당의 육탄 저지로 개의는 불투명하다.
이날 돌발사태로 국회 파행에 대한 부담은 여당은 물론 한나라당도 떠 안게 될 것으로 보인다. 때문에 15일 오후 2시 본회의 직전까지 정면충돌을 피하기 위한 양당의 물밑 접촉은 계속될 전망이다.
박석원 기자 s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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