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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둑맞은 양심가게 "이젠 CCTV로 감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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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둑맞은 양심가게 "이젠 CCTV로 감시합니다"

입력
2006.11.14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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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송합니다. 당분간 폐쇄회로(CC)TV로 녹화합니다.”

손님이 물건을 고른 뒤 양심껏 값을 지불하고 거스름돈도 스스로 가져가는 구멍가게로 화제가 됐던 전남 장성군 북하면 단전리 신촌마을회관 ‘무인(無人) 양심가게’에 결국 감시용 CCTV가 설치됐다. ‘아름다운 가게’로 유명세를 타면서 절도범들이 들끓고 있기 때문이다.

이 가게에 대한 얘기가 알려진(지난해 12월 28일자 지역면) 이후 가게 금고는 10여차례나 털렸다. 지난달 초에는 누군가 한국담배인삼공사가 무상 제공한 담배자판기를 뜯고 담배와 현금을 모두 훔쳐 달아났다. 소주 맥주 라면 식용유 등도 상자째 없어지면서 이장 박충렬(46)씨는 매달 100여만원 이상을 들여 도둑맞은 물건들을 채워넣기 바쁘다.

급기야 박씨는 2일 150만원을 들여 CCTV를 설치했지만 도둑의 발길은 끊이지 않고 있다. 심지어 카메라 렌즈를 가리거나 가게 내 형광등을 끈 뒤 물건을 훔쳐가고 있다.

신촌마을회관에 딸린 10평 남짓한 무인 가게가 문을 연 것은 지난해 5월. 매점을 운영하던 한 주민이 적자에 시달리다 1년 만에 문을 닫은 이후 주민들이 물건을 사러 4㎞ 떨어진 면 소재지까지 나가야 하는 불편을 겪자 이장 박씨가 “손해를 보더라도 없는 것보다 낫다”며 사비 300만원을 들여 가게를 차렸다.

무인 가게로 운영키로 마음 먹은 박씨는 ‘손님이 양심에 따라 알아서 물건 값을 지불하고 잔돈을 가져가라’는 뜻으로 가게에 나무금고와 동전 바구니, 외상 장부를 놓아두었다. 마을 주민들조차 고개를 가로젓던 무인가게는 두 달 만에 10만원 이상의 순이익을 보기 시작했다. 박씨는 주민들의 양심이 깃든 돈을 주민들에게 되돌려주었다. 이익금으로 형편이 어려운 마을 노인들에게 매달 쌀 1포대씩 주고 생활비도 지원하고 있다.

이 훈훈한 이야기가 알려지면서 견학 온 학생들을 비롯해 외지인들의 발길이 이어졌고, 월 평균 100만원이던 매출도 2배 이상 늘었다. 당초 4평 크기였던 가게도 10평으로 넓어졌다. 하지만 난데없는 도둑이 들끓어 박씨는 물론, 주민들도 무척 당황하고 있다.

박씨는 “무인 가게 운영 이후 집 대문도 잠그지 않았던 마을 주민들이 다시 문을 걸어 잠그는 등 마을 분위기까지 뒤숭숭해지고 있다”며 “가게를 찾는 분들이 양심 가게의 취지를 살릴 수 있도록 도와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장성=안경호 기자 k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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