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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출기업 "엔低 덮치니 속수무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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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출기업 "엔低 덮치니 속수무책"

입력
2006.11.14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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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저(円低) 쓰나미'가 수출업계를 강타하고 있다. 해외시장에서 일본제품과 치열한 가격경쟁을 벌이고 있는 자동차, 가전, 철강, 기계업종은 적자수출 지경까지 몰리고 있다.

13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자동차의 주력 수출 종목인 소형차는 '원고-엔저'의 이중고로 일제차 대비 가격 경쟁력이 급속 약화하고 있다. 현대자동차 베르나(수출명 액센트)의 경우 지난해까지만 해도 동급인 토요타 야리스보다 286달러나 저렴했으나, 올해 들어선 역전됐다.

9월말 현재 2006년형 베르나는 1만2,565달러로 야리스(1만1,925달러)보다 5% 가량 비싼데, 최근 새로 출시된 2007년 모델은 가격차이가 7%로 벌어졌다.

준중형차인 아반떼(수출명 엘란트라)도 2006년형(1만5,345달러)은 토요타 코롤라(1만6,530달러)에 비해 8% 가량의 저렴했으나, 최근 출시된 2007년형은 6% 수준으로 좁혀졌다. 현대차 관계자는 "환율 하락에도 불구하고 현지 판매가격을 400달러 가량 낮췄지만 엔저로 여유가 생긴 토요타가 더욱 큰 폭으로 가격을 인하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현대차 점유율은 답보상태(지난해 2.7%→올 9월 2.8%)에 머물고 있는 반면 토요타는 13.3%에서 15.3%까지 크게 올랐다. 소형ㆍ준중형차 부문에서 현대ㆍ기아차에 시장을 빼앗겨온 토요타가 엔저를 무기로 대반격을 가하고 있는 것이다.

토요타의 금년도 영업이익이 2조엔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되는 것도 결국은 엔저 덕분이다. 업계 관계자는 "토요타의 가격 인하공세는 중국 인도 등 전세계 시장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이뤄지고 있는데 현대ㆍ기아차로선 이에 맞서 어쩔 수 없이 가격을 내리다보니 수익성이 나빠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가전부문도 일본업체의 가격 인하공세로 긴장하고 있다. 소니는 지난달 말 미국 시장에서 32인치 LCD TV의 가격을 1,376달러에서 1,359달러로 17달러나 인하했다. 반면 삼성전자는 원화 강세 때문에 32인치 LCD TV(1,465달러) 가격을 고작 3달러 인하하는데 그쳤다.

철강업계의 포스코도 신일본제철 등과 중국, 동남아시장을 놓고 힘겨운 경쟁을 펼치고 있다. 포스코 관계자는 "일본업체 대비 20~30%이상의 원가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하면 살아 남기 힘든 상황"이라며 "극한적 원가절감을 통해 허리띠를 더 졸라매고 있다"고 말했다.

농수산물 분야와 대일 수출에 주력했던 중소업체도 사실상 출혈수출을 감수하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 관계자는 "대일 수출기업의 경우 손익분기점 환율은 100엔당 865원 안팎으로 추정된다"며 "환율이 단기간에 손익분기점 수준 이상으로 회복되지 못하면 조업중단사태가 속출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반면, 일본 업체와의 사투 끝에 압도적 우위를 점한 반도체와 조선업체들은 상대적으로 여유있는 표정이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한국은 고부가가치 위주의 초대형 컨테이너선과 LPG선, LNG선 등을 만드는 반면 일본은 벌크선 등 값싼 선박을 만들고 있어 애초 경쟁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삼성전자 반도체부문과 하이닉스 등도 원ㆍ엔 환율에 크게 개의치 않는 분위기인데, 하나금융연구소 최승훈 수석연구원은 "2000년 이전에는 엔화 환율이 국내 반도체 업체의 수익성에 직접적 영향을 미쳤으나 NEC 히타치 미쓰비시 등 일본 경쟁자들이 패퇴한 뒤엔 별 영향을 찾을 수 없다"고 말했다.

박진용기자 hun@hk.co.kr 조철환기자 chc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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