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 ‘이지메(집단 괴롭힘)’에 의한 학생들의 자살이 열병처럼 번지고 있다.
이지메 자살 문제는 최근 일본 국회에서 정치 쟁점화될 정도로 이미 심각한 사회문제로 부상했다. 정부 여당은 물론 야당과 교육 당국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골머리를 앓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지메에 시달리는 학생들의 자살이 멈추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심지어 자살을 막아야 할 학교 교장마저 자살하는 사태가 벌어지고 있어 일본 사회는 커다란 혼란과 충격에 빠지고 있다.
12일에도 2명의 남녀 중학생이 자살했다. 사이타마(埼玉)에서 목숨을 끊은 남학생(3학년)은 유서는 남기지 않았지만 평소 같은 학교 아이들에게 돈을 뜯겨 상담을 하는 등 이지메를 당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 학교 교장은 13일 기자회견에서 “이번 달 들어 같은 학년 남학생이 ‘(네게) 500엔을 빌려줬는데 이자가 2만엔이 됐다’며 돈을 요구해 (자살한 학생이) 상담을 해 왔다”고 밝혔다. 경찰 조사 결과 숨진 학생은 돈을 빌린 적인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같은 날 오사카(大阪)에서 자살한 여학생(1학년)은 ‘저는 자살합니다’라는 유서를 남기고 8층 아파트에서 몸을 던졌다. 이 학생은 평소 말이 없는 성격에다 친구도 적어 괴롭힘을 당할 수 있다고 보고 담임교사가 특별 관리 했다고 한다. 주변 학생들에 따르면 이 학생은 초등학교 때부터 이지메를 당해 온 것으로 전해졌다.
후쿠오카(福岡)에서는 초등학교 교장(56)이 숲속에서 목매 자살했다. 교장은 이 학교에서는 여학생이 게임기를 빼앗기는 등의 이지메가 있었다는 것을 알았지만 교육위원회에 보고하지 않았다. 교장은 11일 기자회견을 갖고 이를 사과했고, 이후 자살한 것으로 경찰은 추정하고 있다.
한편 이지메 자살을 예고하는 편지를 받아 소동이 벌어졌던 문부과학성에는 이후 또 다른 2통의 자살 예고 편지가 더 배달돼 걱정하고 있다. 일본 당국은 첫번째 편지의 자살 예고일인 11일 밤늦게까지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는 등 파장이 계속되고 있다.
도쿄=김철훈 특파원 ch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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