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브라운관을 만드냐구요? 모르시는 말씀. 슬림 브라운관은 오히려 고성장중이랍니다."
PDP LCD 등 평판TV의 약진과 '배불뚝이' 브라운관 TV의 전체적 퇴조에도 불구, 슬림 브라운관 시장은 여전히 호황이다. 브라운관은 두꺼울 수 밖에 없다는 고정관념을 깨고 얇은 브라운관을 만들어 낸 발상의 전환이 브라운관 산업을 제2의 전성기로 올려놓고 있는 것이다.
삼성SDI는 지난해 2월부터 양산중인 슬림 브라운관 '빅 슬림'(사진)이 누적 판매량 500만대를 돌파하는 신기록을 달성했다고 13일 밝혔다.
'빅 슬림'은 지난 2004년 삼성SDI가 종전 50㎝가 넘던 브라운관의 두께를 30%나 줄여 35㎝ 안팎으로 만든 신개념의 브라운관. 출시 1년만인 올해 2월 처음으로 100만대(누적 기준) 판매를 돌파한데 이어, 6월 200만대→8월 300만대→9월 400만대→11월 500만대를 넘어섰다. 분기별로 보면 1분기 50만대에서 2분기엔 100만대, 3분기엔 다시 190만대로 사실상 매 분기마다 2배씩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빅 슬림' 브라운관의 히트는 무엇보다 브라운관 시장에 대한 정확한 예측과 발상의 전환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삼성SDI 관계자는 "전체 TV 시장에서 평판TV의 비중은 커지고 브라운관은 줄어드는 것이 보편적 추세이지만 대부분 소비자들이 수백만원대의 평판 TV 가격에 부담을 느끼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이라며 "두께는 최대한 줄이되 가격은 저렴하게 내놓는다면 브라운관도 성공할 것으로 봤다"고 말했다.
실제로 슬림 브라운관 TV의 가격은 50만~70만원으로 평판TV의 3분의1에 불과하다. 다만, 슬림 브라운관 TV는 화면 크기가 29인치 또는 32인치, 두 종류뿐이어서 40인치 이상이 가능한 PDP LCD 등 평판TV에 비해 선택의 폭이 좁다.
업계에선 슬림 브라운관의 약진으로 인해 전세계 슬림 브라운관 수요가 올해 1,300만대에서 2008년에는 5,000만대까지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같은 기간 전체 브라운관 시장이 1억3,400만대에서 9,810만대 수준으로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슬림브라운관은 레드오션(경쟁이 치열한 전통적인 시장)속의 블루오션(경쟁이 없는 새로운 시장)인 셈이다.
한편 LCD TV는 같은 기간 428만대 881만대로, PDP TV는 1,010대에서 1,690대로 커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삼성SDI 관계자는 "슬림 브라운관의 경우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해 가격이 오르는 기현상마저 나타나고 있다"며 "아무리 사양산업이라 해도 고객들 요구만 잘 읽으면 틈새 시장은 어디든지 있다"고 밝혔다.
박일근기자 ik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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