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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오승 위원장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 없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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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오승 위원장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 없기를…"

입력
2006.11.14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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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오승 공정거래위원장이 윤동주의 ‘서시’를 읊었다. 출자총액제한제도의 대안으로 공정위가 마련한 재벌 계열사 간 환상(고리)형 순환출자 규제안이 재계와 재정경제부, 산업자원부 등의 반발로 무산될 위기에 처한 상황에서 현재의 외로운 심경과, 그래도 소신을 굽히지 않겠다는 마음가짐을 드러낸 것이다.

13일 공정위에 따르면 권 위원장은 이날 간부회의에서 “지난 주말 읽었는데 가슴에 와 닿았다”며 윤동주의 서시를 읽어 내려간 것으로 전해졌다.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워했다.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모든 죽어가는 것들을 사랑해야지. 그리고 나한테 주어진 길을 걸어가야겠다. 오늘 밤에도 별이 바람에 스치운다….’ 권 위원장이 갑작스레 서시를 읊은 것은 30년간 국내 공정법 분야의 개척자로 살아온 학자로서 자신의 원칙에 맞지 않는 요구에 맞서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는’ 길을 가겠다는 각오를 내비친 것으로 해석된다.

권 위원장은 재벌 계열사간 A사→B사→C사→A사로 이어지는 순환출자는 총수의 사적 이익을 위해 쓰이기 때문에 금지해야 한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순환출자가 가공의 자산을 만들어 총수가 적은 지분으로 전체 그룹을 지배하는 방편으로 쓰이고 있다는 것이다.

청와대는 14일 노무현 대통령 주재로 관계장관회의를 열어 각 부처의 입장을 듣고 조율에 나설 예정이다. 그러나 재경부, 산자부 등이 순환출자 금지에 반대하고 있어 권 위원장의 의지가 최종적으로 관철될지는 미지수다.

권오규 부총리 겸 재경부 장관은 이날 국회 대정부 질문 답변에서 “그 동안 투명성, 회계제도 등 기업 지배구조에 진전이 있었고 사외이사, 이사회, 대주주 책임 등 책임성과 건전성 측면에서 진전이 있었다”며 “순환출자 부분에 대해 기업 부담을 완화하는 쪽으로 결론 내겠다”고 말했다.

이진희 기자 riv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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