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추병직 건설교통부 장관이 결국 낙마하게 됐다. 추 장관은 참여정부 부동산 정책의 총대를 매며 ‘역대 최장수 건교부 장관’이라는 영예를 누리기도 했지만, 결국 그 총대가 멍에로 되돌아왔고 불명예 퇴진의 오명을 쓰게 됐다.
교사 생활을 하다가 행정고시를 통해 공직에 입문한 추 장관은 건교부 공보관, 주택도시국장, 기획관리실장, 차관을 역임하면서 등 부동산 정책 분야의 엘리트 코스를 밟아왔다.
17대 총선에 열린우리당 후보로 출마하면서 정치권에 발을 들여 놓은 그는 낙선 후 ‘보은 인사’ 논란 속에 2005년4월 건교부 장관으로 친정에 복귀했다. 이후 8ㆍ31대책, 3ㆍ30대책 등 참여정부 중반 이후의 부동산 정책을 입안하며, ‘부동산가격과의 전쟁’을 지휘했다. 그는 올 상반기까지 집값이 상대적 안정세를 보이자 ‘롱런’가도에 접어드는 듯 했다. 하지만 하반기 들어 전세난이 촉발되면서 위기를 맞았고, 특히 추석을 전후해 집값이 이상급등 현상을 보이면서 추 장관은 야당과 시민단체로부터 ‘실패한 장관’으로 지목됐다.
추 장관의 운명을 갈라 놓은 결정타는 신도시 파문. 집값이 폭등하자 그는 지난달 23일 예고 없이 기자실을 방문, 나흘 후(27일) 발표예정이었던 신도시 신설계획을 불쑥 발표하는 이해할 수 없는 처신을 보였다.
이 같은 행동이 유관 부처와 긴밀한 사전협의 없이 돌발적으로 이뤄졌다는 사실이 확인되면서 야당은 물론 여당과 정부에서도 비판을 받기에 이르렀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23일 신도시 발언 이후 집값이 폭등세를 이어가는 ‘추병직발(發) 집값 급등’현상이 벌어지자 그는 사면초가에 놓이게 됐다. “추 장관이 부동산가격 폭등에 마음이 급한 나머지 무리수를 뒀다”게 대체적인 평가였다.
사실 추 장관은 직설적인 언행, 특히 야당을 상대로 한 ‘고개 숙이지 않는 태도’ 때문에 늘 논란의 도마에 올라 있었다. 이번 국회에서 집중 제기된 추 장관 퇴진론 역시 이런 누적된 불만의 표출이란 시각도 있다.
일각에선 추 장관의 중도하차에 대해 “장관을 바꾼다고 집값이 잡히겠냐”며 정치권의 ‘희생양 만들기’ 기류에 반론을 제기하고 있다. 또 “전형적 공급확대론자이자 시장주의자인 추 장관으로선 애초 청와대의 수요억제기조에 맞서기 어려웠다”는 동정론도 있다.
하지만 그의 재임기간 동안 집값은 급등했고, 그의 발언이 불을 지핀 것은 사실이며 따라서 민심 달래기 차원에서라도 추 장관의 중도하차는 불가피했다는 시각이 많다. 업계 관계자는 “추 장관의 사퇴가 여론무마나 정치적 반전은 가능케 할 지 몰라도 정책기조변화나 신뢰회복과는 무관한 만큼 집값흐름에 영향을 주지는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진석 기자 jseo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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