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학규 전 경기지사가 13일 한나라당의 부동산 관련 조세 정책에 날카롭게 각을 세웠다. 문제는 손전지사의 한나라당 때리기를‘단순한 정책 이견 표시’정도로 보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는 점이다. 손 전 지사가 이후 당내 대권 경쟁의 방향, 나아가 자신의 대권 구상과 관련해 여러 함의를 품고 이날 당의 부동산 정책을 향해 칼을 빼 들었다는 해석이 당 안팎에서 나왔다.
손 전 지사는 이날‘당은 집 없는 사람 입장에서 주택정책을 마련하라’는 제목의 성명을 내고“한나라당은 있는 자를 대변해서는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손 전 지사가 문제 삼은 것은 한나라당 조세개혁 특위가 10일 발표한 조세 대책 가운데 종부세과표를 현행 6억원에서 9억원으로 상향 조정하고, 1세대 2주택 이상자의 양도세 부담을 완화시키는 등 2개 방안.
손 전 지사는“종부세과세대상은 전체가구의 2%를 약간 넘는 정도이므로 지금 조정이 시급한 것이 아니다”며“2주택 이상 다주택 보유자는 양도세 중과가 마땅하다”며 반대의견을 분명히 했다.
손 전 지사는 이어“한나라당이‘부자비호정당’이라는 소리를 듣도록 해서는 안 된다”며“나는 당이 아파트 가격 폭등에 절망하는 민심을 제대로 헤아리고 있는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앞으로 한나라당의 주택정책은 무주택자와 1가구 1주택자를 대변하는 방향으로 분명히 해야한다”고도 했다.
손 전 지사의 당 비판은 일단 민심 대장정으로 이어온 자신의‘서민 컬러’를다시금 분명히 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운동권 대학생, 진보 학자의 삶을 살아온 그로서는‘서민 컬러’야 말로 다른 당내 대권주자와 차별되는 특장점이 될 수 있다.
하지만 그간 보수쪽 입장에 무게를 둔 채 목소리를 높여온 게 사실이다. 당내 눈치보기라는 지적도 있었고, 그러다 보니“보수, 개혁 어느쪽의 색깔도제대로 내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은 것도 사실이다. 이런 이유로 이명박 전 서울시장과 박근혜 전 대표에 비해 지지율이 크게 처진다는 분석도 나왔었다.
그래서 이날 당부동산 정책 비판을 이제부터는 본인만의 색깔을 살려 승부하겠다는 신호탄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일각에선 손 전 지사가 계속 당내 호응을 받지 못할 경우를 대비한 포석이 아니겠냐는 관측도 나왔다.
최근 민주당 김효석 의원이 국회 대표연설을 통해 손 전 지사에게“‘중도개혁’정치세력으로 옮길 것”을 주장한 것을 들어 이에 무게를 싣는 이들도 있다.“손 전 지사의 당 때리기가 당분간 계속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이동훈기자 dh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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