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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인숙의 길 위의 이야기] 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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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인숙의 길 위의 이야기] 안마

입력
2006.11.13 2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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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에서 한 처자가 화장품 샘플을 줬다. 추첨해서 또 선물을 주겠대서 그녀에게 전화번호를 알려줬다. 그리고 잊었는데, 일 주일쯤 후 전화가 왔다. 얼굴 마사지를 무료로 해주겠다는 것. 외출하는 참에 가벼운 마음으로 판촉 행사장에 들렀다.

그런데 장장 두 시간에 걸쳐 본격 마사지를 해주는 것 아닌가? 갖가지 화장품을 바르고 문지르고 두드리고, 시원한 팩을 두껍게 덮고 뜨거운 물수건으로 닦아내기를 되풀이했다. 전문가의 숙달된 손끝에 얼굴을 맡기니 뼛속까지 피로가 풀리는 것 같았다. 마사지를 다 받고 거울을 보니 발그레한 얼굴이 말갛게 빛나 보였다.

만져보니 피부가 내 것 같지 않게 탱탱하고 촉촉하고 야들야들했다. 이래서 정기적으로 마사지숍에 다니는구나! 그 효과도 놀라웠지만 내가 더 혹한 건 간이침대에 누워 있는 동안 30분쯤 서비스 받은 공기압 안마 장화였다.

드디어 그 안마 장화를 장만했다. 전기만 꽂으면 발가락 끝에서 허벅지까지 에어호스에 찬 공기가 힘차게 꾹꾹 누르며 지나간다. '당신의 다리, 누가 주물러줍니까? 누가!! 당신의 다리, 1년 365일 주물러 드리겠습니다.' 상자에 적힌 광고문구, 볼 때마다 웃음이 터진다.

시인 황인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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