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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인터뷰] 김성호 법무부 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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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인터뷰] 김성호 법무부 장관

입력
2006.11.13 2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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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호 법무부 장관은 론스타 임원 영장 기각에 대해 하고 싶은 얘기가 많은 듯 했다. ‘영장 불패’ 신화를 지켰던 대검찰청 중수부를 이끈 경력 때문이었을 것이다. 김 장관은 “법원이 영장 발부와 양형의 기준을 세워야 한다”는 말로 최근 법원의 영장기각 을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동시에 검찰에 대해서는 보다 신중한 행동을 주문했다.

그는 인터뷰 내내 법 집행의 원칙과 엄정함을 강조했다. “안이 흐물흐물 해져선 안 된다”거나 “법을 어기는 것이 의롭던 시대는 지났다”는 등 직설적인 표현을 이어갔다.

우선은 법조나 고위 공직자 등 일정한 자격을 갖춘 사람으로 한정해 로비스트등록을 추진해야 한다거나 전관예우의 폐단을 줄이기 위해 전관(前官)변호사들이 퇴임 후 2년 동안은 직전 근무청의 사건을 수임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는 등의 구상을 처음으로 공개하기도 했다. 인터뷰는 10일 오전 11시부터 정부과천청사 법무부 장관 집무실에서 한 시간 넘게 진행됐다.

_장관에 취임한 지 70일 정도 됐습니다. 가장 역점을 두고 있는 정책은 무엇입니까.

“법과 원칙이 그대로 지켜지는 사회를 구현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 법집행의 절차와 기준을 누구나 알 수 있게 공개할 생각입니다. 검찰의 사건처리 기준, 법무행정의 처리 기준 등이 예측 가능하도록 만들어 알릴 생각입니다. 일본 식민지 시절이나 군사독재 하에서는 법을 어기는 것이 더 의로울 수도 있었지만 지금은 그런 시대가 아닙니다. 불법 집단행동으로 선량한 시민이 재산권 피해를 입고 교통불편을 겪는 상황을 방치하지 않겠습니다.”

_론스타 사건 영장 기각을 놓고 검찰과 법원이 대립하고 있는데요.

“법원과 검찰의 갈등이 커지는 것으로 비쳐져 법무부 장관으로서 미안한 마음뿐입니다. 국민들은 영장이 기각되면 검찰에 대해서는 ‘무리한 수사를 하는구나’, 법원에 대해서는 ‘재판에 무슨 힘, 가령 유전무죄 무전유죄 같은 것이 작용한 것 아닌가’라는 생각을 갖게 됩니다.

그래서 가진 사람, 힘센 사람에 대한 영장 기각은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습니다. 형사소송법상 구속요건이 ‘도주 및 증거인멸 우려’라고 추상적으로 돼 있어 검찰이나 법원이 자의적으로 운용할 여지가 있습니다. 그러나 수사기관의 영장청구나 법원의 영장판단이 결코 자유재량 행위는 아닙니다.

항상 국민에 의해 통제받아야 합니다. 헌법을 보면 법률과 양심에 따라 재판하도록 돼 있습니다. 자의적으로 하라는 의미가 아닙니다. 지금처럼 검찰이 영장 청구해 놓고 기각될지 몰라 조마조마해 하는 식으로 사법절차가 진행돼서는 안 됩니다.이번 일을 계기로 공론의 장이 열려 명확한 기준이 마련됐으면 합니다.”

_공판중심주의를 얘기하면서 양 기관이 주도권 다툼하고 있다는 시각이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영장 기각은 선한 일이고 영장 발부는 악한 일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러나 죄를 지은 사람에게는 상응하는 제재가 따라야 됩니다.

재판 확정까지 기다리기에는 국민적 정서가 용납하지 않는 범죄도 있고요. 영장기각률이 올라간다는 것은 비정상적인 일입니다. 검찰과 법원의 견해가 동떨어져 있다는 것인데 그럴수록 나라가 제대로 안 돌아가는 것입니다. 사실 우리 수사기관이 구속을 많이 하는 편도 아닙니다.

영장실질심사제도가 없는 나라가 많고, 일본의 경우 2003년 통계이긴 하지만 구속률이 6.4%로, 올 상반기 우리나라의 구속률 2.1%보다 높습니다. 그래서 법원이 구속기준을 만들어 알려 달라는 것이고, 그게 꼭 독립성에 반한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_검찰이 론스타 사건에서 또 영장을 청구해야 합니까.

“이 상태에서의 영장 청구는 찬성하지 않습니다. 법관이 한번 결정한 것인데 존중해야죠. 다만 범죄혐의가 더 발견되거나 도주 또는 증거인멸 우려가 농후해지는 등 구속 필요성이 많아지면 그 때 재청구할지 여부를 결정해야겠죠. 이 상태에서 바로 청구하는 것은 적절치 않습니다.”

_일심회 사건으로 간첩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졌습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검찰의 공안기능에 변화를 줄 생각은 없는지요.

“사회가 개방되면서 예전보다 간첩 또는 간첩과 유사한 행동을 하는 사람이 많아졌을 겁니다. 인터넷이 얼마나 발달돼 있고 또 얼마나 많은 것이 공개돼 있습니까. 하지만 예전에 비해 공안사건은 많이 줄었습니다. 검찰의 공안조직이 개편된 것은 이 같은 환경 변화에 따른 업무 효율성 때문이지 공안기능이 축소된 것은 아니었던 것으로 압니다. 지금도 필요하다면 인력을 보강하든지 기구를 보강하겠습니다. 안이 흐물흐물해져서 간첩이 활보할 수 있는 사회가 돼서는 안 되겠죠.”

_5ㆍ31일 지방선거 수사결과 드러난 문제점과 개선책은 무엇입니까.

“과거에 비해 전반적으로 선거가 깨끗해졌고 선거법 위반 사건도 많이 줄어들었습니다. 하지만 공천비리는 문제입니다. 기초의원까지 정당추천제를 도입하자 ‘특정 정당의 공천이 곧 당선’이라는 인식이 팽배하면서 공천비리가 늘었습니다. 기초단체에서만큼은 정당 공천을 배제하도록 정책 건의를 할 생각입니다.”

_로비스트법을 적극 추진하겠다고 하셨습니다. 하지만 미국에서도 로비스트의 탈세와 허위신고 등이 비일비재한데 우리 풍토에서 가능하겠습니까.

“처음에는 우리 풍토에 맞게 정교하게 만들어야 할 거예요. 우선 허위신고 등 비윤리적 활동의 폐단을 막기 위해선 자격기준을 두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어느 정도 법조 경력이나 고위공직 경력을 갖고 있는 사람에게만 등록을 허용하는 것이지요. 올해 안에는 성안이 어려울 것 같고 좀 더 문제점들을 연구할 생각입니다.”

_수사경험을 갖춘 검사들이 정년까지 근무하고 싶어도 여건이 안 된다는 얘기가 많습니다.

“우선 검사들이 보직에 관계없이 정년까지 근무할 수 있는 시스템을 연구 중입니다. 능력 있는 사람들이 검사장 자리가 한정돼 중도에 그만두는 사태를 막는 것도 필요합니다. 현재 고법 부장판사(차관급) 이상 법관수는 149명으로 전체 법관의 9%이지만 검사장(차관급) 이상 검사수는 전체 검사 중 2.9%에 불과합니다. 이런 격차를 조정해 보는 방안을 생각 중입니다.”

-전관 예우에 대한 비난 여론이 높습니다.

“자기가 직전 근무했던 기관의 사건은 2년 동안 맡지 못하도록 하는 방향의 입법을 추진할 생각입니다. 가령 서울중앙지검에 근무하던 사람은 서울중앙지검 사건을 2년간 못 맡도록 하되 서울중앙지법 사건은 수임할 수 있도록 하는 겁니다. 그런 식으로 하면 위헌 논란은 피할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장관님의 인사원칙은 무엇입니까.

“한마디로 아주 공정하게 할 것입니다. 인사에 성과와 실적을 반영하고 실세 등을 통해 인사 청탁을 하면 불이익을 줄 겁니다. 검사가 자기의 실적을 수시로 보고하게 해 이를 계량화할 수 있는 시스템을 이미 마련했습니다. 인사엔 불만이 있기 마련이지만 최소한 안 될 사람이 되고 될 사람이 안 됐다는 말은 안 나오도록 하겠습니다.”

대담=김승일 사회부장

■ 김성호 법무의 공직관 "日月無私照"

‘일월무사조(日月無私照).’김성호 법무부장관은 논어(論語)를 인용, “해와 달이 모든 사물을 공평하게 비추듯이 정의의 빛도 모든 사람에게 사사로움이 없이 비추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1979년 검사로 임관한 뒤 주로 특수부 검사로서 근무하면서 몸에 밴 그의 공직관이다. 81년 박영복씨 부정대출사건을 시작으로 이철희ㆍ장영자 부부 어음사기 사건, 영동개발 진흥금융 부정사건, 율곡비리, 전두환ㆍ노태우 전 대통령 비자금 사건 등 80, 90년대 굵직굵직한 대형 비리 사건들을 파헤치면서 그는 사회적 정의와 공정한 법 집행을 두고 고민해왔다.

그런 그가 이젠 “국민을 편안하게 모시는 가마꾼”이 될 것을 다짐하고 있다. 그래서 그는 아침마다 ‘인지좌여락(人知坐輿樂) 불식견여고(不識肩輿苦)’(사람들은 가마 타는 즐거움은 알아도 가마 메는 괴로움을 모르고 있네)라는 시를 읊는다. 다산 정약용의 가르침대로 법무ㆍ검찰 공무원이 가마를 타는 상전이 되려고 하면 국민의 사랑을 받는 법무부와 검찰은 요원할 수밖에 없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그의 좌우명은‘한고청향(寒苦淸香) 간난현기(艱難顯氣).’매화는 추운 겨울의 고통을 겪어야 맑은 향기를 내고, 사람은 어려움을 넘어서야 기개가 나타난다는 뜻이다. 그의 좌우명엔 어린 시절의 혹독한 가난과 역경을 딛고 검사로서의 기개를 세워온 그의 의지가 녹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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