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일 규모로는 세계 최대라고 하는 여의도 순복음교회가 차기 담임 목사를 당회 비밀투표로 선출했다. 한 교회의 민주적 후임 목사 선출 과정이 사회적으로 관심을 모은 것은 한국 개신교회가 세습이라는 봉건적 악습에서 자유롭지 못하기 때문이다.
특히 순복음교회에서 절대적 영향력을 지닌 조용기 목사가 후보 추천에서부터 관여하지 않고 공정한 선출이 될 수 있도록 도왔다니 일단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싶다. 그러나 이번 일이 담임목사직 세습의 고리를 끊는 계기가 될지는 좀더 두고 보아야 할 것 같다.
당연한 선출 과정을 좋게 평가해 주는 이유는 역설적으로 그만큼 한국 교회의 모습이 기괴하게 일그러져 있음을 입증한다. 교회 세습이란 아버지가 세운 교회의 담임목사직을 아들이 이어받거나 친한 목사들끼리 상대방 교회에 아들이나 사위를 교차 파견하는 식으로 목사직을 물려주는 것을 말한다.
세계에 유례가 없는 행태다. 중소 교회는 물론 세상이 다 알아주는 대형 교회에서도 이런 어처구니없는 일이 비일비재하게 벌어지고 있다.
세상의 빛과 소금이 돼야 할 교회에서 일부 재벌이나 북한 정권의 행태를 연상케 하는 일이 벌어진다는 것은 코미디다. 기독교 정신을 말하기 이전에 21세기 현대사회의 상식에 비추어볼 때도 봉건잔재라고밖에는 달리 할 말이 없다.
수많은 교인들의 참여와 헌금으로 운영되는 교회를 한두 사람이 사유화함으로써 권력과 자산을 독점하는 것은 종교적 죄악이다. 불의한 세상에 정의의 메시지를 전하고 낮은 자리로 내려가 소외된 사람들에게 사랑을 실천해야 할 교회가 세속보다 더한 작태로 집안싸움을 일삼는다면 이 사회에 무슨 기여를 할 수 있겠는가?
다행히 기독교윤리실천운동 등 일부 기독시민단체들을 중심으로 세습 반대 운동이 활발하게 펼쳐지고 있다. 이제부터라도 개신교계는 평신도들의 의사를 적극 반영해 교회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가는 자성과 혁신에 나서야 할 것으로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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