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문제를 놓고 미국과 이스라엘 간에 미묘한 시각차가 노출되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13일 가장 강력한 우호관계를 맺어온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 핵 문제와 팔레스타인 해법을 놓고 팽팽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특히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에 승리하고 이스라엘의 강력한 후원자였던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힘을 잃으면서 이 같은 긴장은 더욱 높아지게 됐다고 전했다.
찰떡 궁합을 과시해온 미국과 이스라엘 간 균열이 생긴 결정적인 계기는 7월 레바논 사태였다.
당시 이스라엘의 무차별 공격으로 민간인 피해가 늘자 콘돌리사 라이스 미국 국무장관은 아미르 페레츠 이스라엘 국방장관을 찾아 재발 방지를 촉구했지만 이스라엘은 이를 무시한 채 공습과 대규모 지상전을 계속했다.
레바논 내에서 전쟁을 원하지 않았던 미국은 이스라엘이 의도적으로 미국의 입장을 무시하자 라이스 장관에게 곧바로 휴전안 작성을 지시하고 48시간 공습중단을 요구해 이스라엘을 압박했다. 이스라엘은 헤즈볼라의 무장해제까지 전쟁을 계속하겠다는 방침을 밝혔지만 결국 미국과 국제사회의 여론에 밀려 전쟁을 중단했다.
이란 핵 문제에서도 불협화음이 나오고 있다. 부시 대통령은 이란에 대한 강경책은 변함없다고 강조하고 있지만, 이스라엘은 미국이 군사적 행동보다는 외교적 노력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의심하고 있다.
이스라엘 군사 전문가들은 “미국이 이라크 내 다수를 차지하는 시아파들을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이란과의 대결을 주저하고 있다”며 미국의 대 이란 정책을 비난했다. 로버트 게이츠 미국 국방장관 지명자에 대해서도 “그는 우리가 바라지 않는 대화론자”라며 불만을 나타냈다.
이스라엘은 또 미국이 이스라엘이 아닌 반 이란 아랍국들과 협의해 팔레스타인 문제를 풀려고 한다는 의구심을 갖고 있다. 특히 미국은 인근 아랍국들의 도움으로 팔레스타인에 민주정부를 세워 아랍 민주주의를 확산시키려 하고 있지만, 이스라엘은 거의 모든 아랍 내 정당들이 군사조직과 연계돼 있다는 이유로 이 정책에 반대하고 있다.
미국도 예전처럼 이스라엘의 요구를 무조건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이란 제재안을 통과시키기 위해서는 이스라엘에 비우호적인 입장을 견지해온 유럽과 중국, 러시아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게다가 핵 관련 물질의 확산을 막기 위해서는 아랍국들의 도움이 절대적이다.
부시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위해 12일 미국에 도착한 에후드 올메르트 총리도 최근 양국간의 이상기류를 의식한 듯 미 중간선거 이후 예상되는 변화에 대해 “미국에서 이스라엘에 대한 지지는 당적을 초월해 있으며 이것이 바뀔 이유는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번 정상회담에서 미국과 이스라엘간의 이견이 정면 충돌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하고 있다.
손재언 기자 chinas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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