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과 초당적으로 구성된 이라크 연구그룹의 13일 면담을 앞두고 미국의 이라크 정책 변화 여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면담을 앞두고 민주당 등은 부시 정권에 대한 이라크 정책 수정 압박을 한층 강화하고 있다.
이를 의식한 듯 부시 대통령은 11일 주례 라디오 연설에서 “로버트 게이츠 국방장관 지명자가 이라크 전략에 대한 참신한 전망과 승리를 위해 필요한 사항을 우리에게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라크 연구그룹의 제안을 적극 받아들이겠다”면서 “민주당으로부터도 전선에서 우리 군대를 지지하고 테러와의 전쟁을 승리로 이끌 좋은 방법을 듣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라크 주둔 미군의 조기 철수는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선을 그었다.
미 국방부는 이미 이라크 전략과 목표를 재평가하는 작업을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워싱턴포스트는 10일 피터 페이스 합참의장 주도로 바그다드의 급격히 악화된 치안상태를 점검하면서 무엇이 잘못됐고, 무엇이 바뀌어야 하는지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경질된 도널드 럼스펠드 전 국방장관 측근들도 쫓겨날 운명에 처했다. 뉴욕타임스는 “실패한 전략을 수립한 국방부 관리부터 정리한다는 게 게이츠 장관 지명자의 계획”이라며 “부시 대통령도 이해를 표시하고 있어 럼스펠드의 퇴진과 함께 측근들도 상당수 물러나게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6개월 전부터 초당적으로 이라크전 대안을 모색해온 이라크 연구그룹도 발 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제임스 베이커 전 국무장관과 리 해밀턴 전 민주당 하원의원이 이끄는 연구그룹은 이번 주중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와 화상으로 이라크 문제에 대해 의견을 나눌 것이라고 영국 총리실이 12일 밝혔다. 연구그룹은 또 페이스 합참의장과도 만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연구그룹은 올 연말 정책대안을 내놓을 것으로 전해졌다.
이 같은 움직임에도 불구하고 전략변화의 구체적 방향과 내용은 흘러나오지 않고 있다. 내전으로 치닫는 이라크에서 발을 빼기도, 그렇다고 뚜렷한 효과도 장담 못하는 상황에서 군사력을 추가로 파병하기도 어려운 현실적 한계로 대안 마련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민주당도 뾰족한 대안이 없어 보이긴 매한가지다. 말로는 “이라크 정책 뿐 아니라 다른 정책에서도 변화를 가져오도록 계속 압박해 나갈 것”(하워드 딘 민주당 전국위원회 위원장)이라며 연일 부시 정권에 맹공을 펼치지만 생산적 대안은 아직 내놓지 못하고 있다. 뉴욕타임스도 민주당이 부시 정권의 이라크전 관련 민간기업 발주 사업의 부정부패 조사와 감시활동을 대폭 강화하는 데 초점을 맞출 것이라고 전망했다.
권혁범 기자 hbk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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