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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인숙의 길 위의 이야기] 폴 모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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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인숙의 길 위의 이야기] 폴 모리아

입력
2006.11.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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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 유명인사의 사망 소식을 들으면 몇 년 전만 해도, ‘어, 이 사람이 살아 있는 사람이었어?’ 놀라곤 했다. 그들의 책이나 음반이 공적 자산으로 여겨질 만큼 널리 알려진, 고전 반열에 든 사람들과 내가 같은 시간을 겹쳐 살았다는 게 신기했다. 아마 그들을 겉핥기로만 알고 있어서 더 그랬을 것이다.

폴 모리아가 세상을 떴다. 아, 한 시대가 저물었다! 동감이라면, 당신은 1970년대에 청소년기를 보낸 사람이리라. 라디오 음악프로의 황금기였던 그 시절, 빨리 불 끄고 자라는 엄마 호령에 아랑곳없이 열심히 심야방송을 들었으리라.

어쩌면 당신은 디스크자키에게 알쏭달쏭 연애편지 같은 엽서를 쓰고, 애청곡을 신청하기 위해 다이얼전화를 끼고 살았을지도 모른다. 빌리 본 악단이나 벤처스도 좋았지만 나는 폴 모리아 악단에 특히 끌렸다.

방송 시그널 음악도 폴 모리아가 압권이었다. <별이 빛나는 밤에> 의 ‘메르시 쉐리’, <밤을 잊은 그대에게> 의 ‘시바의 여왕’, <3시의 다이얼>의 ‘행복한 마음’, 아, 그리고 <밤의 플랫폼> 의 ‘이사도라’! 그 음악이 울려 퍼지면 지금도 내 가슴은 감미롭게, 순정하게 설렌다. 외로운 밤하늘처럼.

시인 황인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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