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전 책임을 지고 물러난 도널드 럼스펠드 전 미 국방장관이 법정에 설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미국 인권단체‘헌법권리센터(CCR)’는 11일 “럼스펠드 전 장관을 전범혐의로 14일 독일 법원에 제소하겠다”고 밝혔다. CCR은 “럼스펠드 전 장관은 테러와의 전쟁 과정에서 아부 그라이브 수용소 등에 전쟁범죄가 일어나도록 허가했다”면서 “백악관 법률고문을 지낸 알베르토 곤살레스 법무장관, 조지 테닛 중앙정보국(CIA) 국장 등에 대한 소장도 함께 제출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단체는 2004년에도 독일연방검찰청에 럼스펠드 등에 대한 조사와 처벌을 신청했으나 기각 당한 바 있다.
CCR은 그러나 “이번엔 테러용의자로 조사 받으면서 고문 당한 12명과 아부 그라이브 수용소에 갇혀있던 이라크인 11명, 관타나모 기지 수감자 1명 등을 대신해 소송을 내는 것”이라며 “새로운 실질적 증거가 보강됐고 럼스펠드가 사퇴하는 등 상황이 바뀌었다”고 주장했다.
럼스펠드 전 장관은 옛 동지로부터도 부정적 평가를 받았다. 그의 오랜 친구이자 네오콘 이념가인 케네스 애덜만은 12일자 미 주간지 뉴요커와의 인터뷰에서 “내가 ‘이라크 전쟁에서 우리가 지고 있다’고 말했을 때 럼스펠드는 이를 수용하지 않았다”면서 “그는 깊고 깊은 부정(deep, deep denial)에 빠져 있었다”고 밝혔다. 애덜만은 이어 “럼스펠드는 15~20분간 스스로 자문자답하더니 ‘우리는 미국 내 전쟁에서는 질 수 있으나 이라크에서는 패배할 수 없다’는 말을 했다”고 전했다.
권혁범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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