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정청은 11일 비공개 회동을 갖고 북한 핵실험을 계기로 미국이 정식 참여를 요구해온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PSI) 참여확대 문제와 관련, 현재의 참관수준을 유지키로 잠정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명숙 국무총리, 열린우리당 김근태 의장, 송민순 청와대 안보실장 등이 참석한 이날 회의에서 우리 측은 PSI의 목적과 원칙에 대한 지지를 공식 표명하되 한반도 특수상황을 감안해 PSI 정식참여는 하지 않기로 의견을 모았다. 다만 역외 훈련시 물적지원에 대해서는 사안별로 검토키로 했다. 이는 한반도 역내ㆍ외에서 북한 관련 선박에 대해 PSI에 따른 승선ㆍ차단 조치는 하지 않겠다는 뜻이어서 향후 미국 정부와 갈등이 예상된다.
미국의 압박과 북한과의 무력 충돌 가능성 등 한반도 긴장고조 우려 속에서 고심해온 당정청의 이 같은 입장정리는 최근 상황변화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대북 강경기조를 유지해온 미국 공화당의 중간선거 참패, 북한의 6자회담 복귀 결정 등 평화적 해결에 무게가 실릴 수 밖에 없는 일련의 움직임을 감안한 것이다. 아울러 6자회담을 앞두고 북한을 자극하는 일은 피하고, 북측이 몽니를 부릴 빌미를 제공하지 말자는 의도로도 해석된다.
그러나 정부의 자세는 미국이 바라보는 해결방향과 궤를 달리하고 있어 양국간 갈등의 골이 깊어질 우려도 적지 않다. 6자회담이라는 외교적 출구를 제외하고는 모든 방향에서 압박한다는 미측의 대북대응 전략에서 볼 때 우리측 자세가 지나치게 유화적인 걸로 비칠 수 있기 때문이다.
나아가 미측은 북한 핵이 알 카에다 등 테러리스트로 이전될 가능성에 대해 민감한 반응을 보여온 만큼 우리측 결정을 못마땅해 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미측은 외교장관회담, 연례안보협의회, 차관급 전략회의 등 한미 협의 때마다 북한 핵 이전 방지와 PSI의 중요성을 역설해왔다. 더욱이 9ㆍ11 테러 이후 테러리스트에 의한 미국 본토 공격 차단을 위한 극도의 안전조치를 요구하는 것은 공화당 뿐만 아니라 민주당도 마찬가지다.
당정청도 이런 방침에 대한 북한이나 미국의 반응을 고려한 듯 참여확대 가능성을 완전히 닫아두고 있지는 않다. 특히 미측이 지난해 제시한 PSI 8개 참여방안 가운데 우리가 참여를 거부한 3개 방안 중 역외 차단 훈련 시 물적지원과 관련해 개별 훈련별로 참여를 긍정 검토키로 하는 등 유연한 입장을 취했다. 당정청 회의에서는 이런 입장을 “현 수준을 유지하되 향후 상황변화에 따라 (참여확대 여부를) 판단하자”는 식으로 정리했다.
정진황 기자 jhchung@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