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아드 시니오라 총리가 이끄는 레바논 내각이 붕괴 위기에 처했다.
시니오라 총리의 연립내각에 참여해 온 시아파 무장단체 헤즈볼라와 그 우호세력인 아말당은 11일 “새 거국내각을 구성하기 위한 정파간 협상이 결렬돼 내각에서 탈퇴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전체 각료 24명 중 헤즈볼라 소속 2명과 아말당 소속 3명 등 5명의 각료가 사퇴했다.
시니오라 총리는 헤즈볼라와 아말당 소속 각료들의 사표를 수리하지 않겠다고 밝혔지만 두 정파는 결정을 번복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사퇴 각료 수가 전체의 3분의 1(8명)이 안돼 연립내각이 자동 붕괴되지는 않지만 이번 사태로 시니오라 총리의 장악력이 떨어져 정정불안이 고조될 전망이다.
레바논의 모든 정파 대표들은 6, 7일에 이어 9일과 11일 헤즈볼라가 요구하는 거국내각 구성 방안을 논의했지만 합의 도출에 실패했다. 헤즈볼라와 아말당은 24명의 각료로 이뤄진 현 내각을 26명 체제로 확대하고, 이중 9명의 각료 추천권을 달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수니파, 드루즈파, 기독교 세력 등으로 이뤄진 반(反) 시리아계 연합 집권정파는 이를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헤즈볼라가 우호세력 지분을 합쳐 3분의 1 이상의 각료직을 차지하면 각료회의에서 거부권을 행사하고, 소속 각료들을 일괄 사퇴시키는 방법으로 연립내각을 무너뜨릴 수 있게 된다.
하산 나스랄라 헤즈볼라 최고지도자는 지난달 31일 새 거국내각 구성을 촉구하면서 이달 중순까지 요구를 수용하지 않으면 거리시위를 조직해 시니오라 내각 축출 운동을 벌여나가겠다고 밝힌 바 있다.
지난해 2월 베이루트에서 암살된 라피크 알_하리리 전 총리의 뒤를 이은 시니오라 총리는 하리리의 아들이자 현 여당 지도자인 사드 하리리의 강력한 지원을 받고 있으며 미국과 우호적인 외교노선을 취하고 있다.
권대익 기자 dkwon@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