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려가 현실이 됐다. 한국시리즈를 2연패한 삼성이 국가대항전인 코나미컵에서 3위에 그친 ‘충격’으로 잔칫집에서 초상집으로 돌변했다.
삼성 선동열 감독은 지난 11일 라뉴 베어스전에서 2-3의 역전패를 당해 예선 전적 1승2패로 결승 진출에 실패하자 공식 인터뷰에서 불편한 심기를 노출했다. 선 감독은 작년과 올해 코나미컵에 출전한 대만의 두 팀(싱농 불스와 라뉴 베어스) 차이점을 설명해달라는 대만 기자의 질문에 “무슨 소리야. 하나도 못 알아듣겠으니 다시 한번 말해달라”며 언짢은 표정을 지었다.
경기 전부터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리며 ‘코나미 무용론’까지 제기했던 선 감독의 심기를 단적으로 보여 주는 대목이었다. 선 감독은 이날 경기 전부터 초조한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전날 니혼햄에 아쉽게 역전패한 대만이 만약 이겼다면 경우에 따라 이날 대만을 이기고도 결승 진출이 좌절되는 시나리오까지 상상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선 감독은 경기 전 “이기면 본전이고 지면 망신이다. 한국시리즈 2연패를 하고도 이게 웬 고생이냐”며 불만을 표출했다.
불과 몇 시간 뒤에 현실이 되고 만 것이다. 낙심한 선 감독은 당초 출국 일정을 하루 앞당겨 12일 돌아가자고 구단에 요청했지만 단체표가 없어 원래 일정대로 돌아갈 수밖에 없게 됐다.
삼성이 6회까지 2-3으로 뒤지고 있을 때만 해도 삼성 응원석과 기자석의 분위기는 크게 가라앉지 않았다. 1점 차였고, 설마 한국이 대만에 질까 하는 생각 때문이었다. 그러나 경기가 그대로 끝나자 삼성 프런트와 한국야구위원회(KBO) 직원들도 당황한 빛이 역력했다. 하필이면 삼성 구단은 이날 회식을 주선했다. 결승전에 임하기 앞서 가질 ‘출정식’이 ‘쫑파티’로 변하고 말았다. 삼성 김재하 단장은 “경기가 안 풀리려니까 1점 얻기가 그렇게 힘든 줄 몰랐다”며 허탈한 심정을 드러냈다. 어찌 됐건 삼성은 팀 역사상 최초의 한국시리즈 2연패를 하고도 1년 농사를 망친 것 같은 씁쓸한 기분이 들 것 만은 분명하다.
한편 일본 시리즈 챔피언 니혼햄은 12일 라뉴 베어스와의 결승전에서 선발 다르빗슈 유의 7이닝 무실점 호투와 7회 터진 쓰루오카의 결승타에 힘입어 1-0로 신승을 거두고 우승컵을 안았다. 이로써 일본은 지난해 초대 대회 지바 롯데에 이어 2년 연속 아시아 정상의 자리를 확인했다.
도쿄=성환희 기자 hhs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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