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당 의원들이 꽁꽁 얼어붙은 후원금 통장 때문에 깊은 시름에 잠겨있다. 예년 같으면 지역구 당원들은 물론 경제계와 학교 선후배 등 지인들을 통해 적잖은 후원금이 답지했지만, 올 겨울엔 극심한 ‘돈 가뭄’을 예고하고 있다.
의원들의 인터넷 홈페이지에는 “한해 10만원의 정치자금은 연말정산에서 전액 세액공제 받는다”는 안내문이 어김없이 떠있지만 성과는 미미하다. 불경기에다 정치권에 대한 불신이 겹쳐 정치자금 모으기가 여의치 않을 뿐 아니라, 여당의 낮은 지지율과 불확실한 미래 때문에 유권자들에게 손을 벌리기도 더욱 어려워졌다는 것이다.
특히 여권발(發) 정계개편 논의로 “없어질 당에 왜 후원금을 내느냐”는 반응이 주류라고 의원들은 하소연한다. 서울지역의 한 재선의원은 12일 “정치 전반에 대한 냉소주의와 여당에 대한 냉담한 민심으로 후원금 모으기가 쉽지 않다”며 “올 들어서는 지역구 당원들에게 소액 후원 마저 부탁하기가 어렵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의원은 “정계개편을 앞두고 당 해체가 정설로까지 통하는 여당 환경에서 후원금 달라고 말하기가 민망한 상황”이라며 “잘 못 얘기를 꺼냈다가는 오히려 정부여당이 집값만 올려놓은 것 밖에 한 일이 뭐가 있느냐는 비난이 쏟아져 본전도 못 찾기가 다반사”라고 탄식했다.
우리당 초선의원들이 겪는 어려움은 더하다. 경기지역의 한 초선 의원은 “지역구에 발송할 후원금 세액공제 우편물을 수 백만원 들여 만들어놓았지만 아직 보낼 엄두가 나지 않는다”며 “세비를 모두 지역구 활동비에 사용하는데도 4,000만~5,000만원씩 적자를 내고 있다”고 말했다. 활발한 상임위 활동으로 지명도가 있는 한 초선의원 조차 “요즘 당원들이 사무실 전화를 붙잡고 부지런히 후원금 호소 전화를 돌리고 있지만 ‘아무리 세금 깎아줘도 열린우리당에 내 돈 보내는 자체가 싫다’는 매정한 답만 돌아오더라”고 토로했다.
중앙선관위측도 10만원까지 세액공제가 있다는 점을 들어 연말을 앞두고 정치자금 소액후원 홍보에 나섰지만 차갑게 돌아선 유권자들의 민심을 돌리기가 쉽지 않다고 전했다. 선관위 관계자는 “세액공제 혜택을 적극 설명하고는 있지만 ‘정치인들에게 줄 돈은 없다. 차라리 세금을 내고 말겠다’고 말하는 유권자들이 꽤 많이 있다”고 씁쓸해 했다.
박석원 기자 s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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