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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일렉 '클라쎄 김치냉장고' 어떻게 탄생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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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일렉 '클라쎄 김치냉장고' 어떻게 탄생했나?

입력
2006.11.12 2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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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담근 김치라도 넣어 두기만 하면 맛있는 김치로 둔갑시켜주는 김치냉장고는 없을까.”

지난 해말 인천 용현5동 대우일렉 냉장고연구소의 김치냉장고 연구팀은 이런 발칙한 아이디어를 떠 올렸다. 마술상자 같은 김치냉장고를 만들어 보겠다는 연구팀 의견에 처음엔 이장희 냉장고연구소장도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실현 가능성이 의심스러웠던 데다 기업개선작업(워크아웃)중인 회사 사정을 생각하면 더욱 쉽지 않은 시도였다. 그러나 이 소장은 “그러니까 해 보자”며 OK 사인을 줬다.

연구팀은 먼저 전국의 김치 명인(名人)들을 찾아 나섰다. 그들의 비법을 전수 받은 뒤 공통점을 찾아내 이를 기술로 구현하겠다는 것이 연구팀의 생각이었다. 연구팀은 먼저 3,600여개의 김장독을 이용, 전통적인 시골 김장 맛을 재현시킨 김치 숙성 명인 김대현씨에게 도움을 청했다. “김치는 장독에 담아 땅속에서 숙성을 시켜야 제 맛이 난다”는 그의 지적에 연구팀은 김장독의 땅 속 온도를 6개월여간 관측하며 데이터를 축적했다. 새콤하면서도 살살 녹는 김치찜으로 유명한 윤철씨를 찾아가선 온도 변화에도 아삭아삭한 맛을 내는 노하우를 배웠다. 물론 김치문화관을 운영하고 있는 정부 공인 김치 명인 유정임씨도 성가실 정도로 찾아갔다. 강원 산골짜기든 남도의 이름없는 섬이든 김치 고수들이 있는 곳이라면 일일이 찾아가 한수 배우길 마다하지 않았다.

김치냉장고팀이 이렇게 1년여에 걸쳐 전국의 맛있는 김치를 찾아 다니면서 얻은 비법은 과연 무엇이었을까. 위대성 수석연구원은 “김치 맛을 좌우하는 것은 바로 김장 당시의 기온과 물의 온도, 이후 보관 온도였다”고 밝혔다. 명인들마다 나름의 비법들이 있었지만 김치를 담글 당시의 온도는 절묘하리만치 일치했다. 맛있는 김치를 만드는 ‘황금온도’를 찾아낸 연구팀은 이를 ‘예비숙성’이란 기능으로 새 김치냉장고에 구현하는 데도 성공했다. 소비자 조사를 통해 똑 같이 담근 김치도 이러한 ‘예비숙성’을 거치면 놀랄 만치 김치 맛이 달라진다는 것도 확인했다.

이렇게 탄생한 2007년형 명인비법 클라쎄 김치냉장고는 9월12일 출시이후 매주 20~30%씩 판매가 늘 정도로 고객들로부터 호평받고 있다. 2만8,000대에 불과했던 지난해 9,10월 대우일렉 김치냉장고 판매대수가 올해 같은 기간엔 6만여대로 늘어난 것. 연말까진 15만대가 팔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대우일렉 냉장고는 1984년 우리나라 최초의 김치냉장고를 만든 것은 물론 94년에는 업계 최초로 입체냉각기술을 개발해 시장점유율 1위(25%)를 차지할 정도로 우리나라 냉장고 역사의 산 증인이다. 이 소장은 “전국 김치 명인들의 김장 맛을 각각 프로그램화해 원하는 때 원하는 김치 맛을 낼 수 있는 김치냉장고로 명인 비법 냉장고를 더욱 발전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인천=박일근기자 ik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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